이미지 깨려고 잡은 첫 악역인데 카메라 꺼지면 폭소탄 ‘분위기 메이커’ 사실 데뷔 전 개그맨 시험 심각하게 고민
역시 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그 ‘속’을 알 수 있다. 키 185cm, 부리부리한 눈매와 큰 코 등 반듯하면서도 차가운 이미지를 가진 연기자 송재희(37). KBS 2TV 일일드라마 ‘다 잘 될거야’에서 재벌 2세 역을 맡고 주부 시청자의 애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남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국적인 외모와는 전혀 다르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 성격에 ‘허당끼’까지 가득하다. 주체할 수 없는 ‘코믹본능’을 숨기려야 숨길 수 없어 “데뷔 전 개그맨 시험에 도전하려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2004년 데뷔한 송재희는 주로 단역으로 출연하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임시완의 성인 역할이다. 드라마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 또렷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고 있다.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연기적으로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 있으면 발전이 없지 않을까. 첫 악역이라 덥석 잡았다. 평생 제 원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 있겠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그냥 웃긴 애’로 남는 것으로만 만족할 거다. 하하!”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송재희는 그의 말대로 ‘웃긴 애’로 통한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개그 실력을 발휘한다. 상대 연기자의 웃음이 터져 NG도 빈번하다.
“야외촬영팀은 유독 웃음이 없는데, 카메라 감독이 제 모습을 보고 ‘저 캐릭터로 갔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하더라. 대신 대본에 충실하면서 순간순간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애드리브를 했더니 반응이 좋더라.”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송재희의 등장 장면에 지문을 써넣지 않고 있다. 그를 믿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대본을 파고들었다. 내가 먼저 캐릭터를 이해해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지 않나. 그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작가와 PD가 ‘잘했다’면서, 내가 잘 하고 있어서 지문을 안 썼다고 하더라. 놀랐다.”
서른 중반을 넘긴 송재희의 고민은 “연기와 연애”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연애를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젊을 때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 연애 공백이 이렇게 길어본 적도 없다. 다들 알고 있는 공개연애를 하다 2014년 10월 헤어졌다. 돌이켜보니 다 내가 잘못한 일이더라.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이젠 공개연애는 절대 하지 말자는 거다. 하하!”
그래도 새해 들어 “남을 의식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살자”라는 다짐을 했다.
“지금까지 방송사 눈치 보고, 회사 눈치 보느라 힘들게 살았다. 2년 후면 이제 나도 불혹이다. 진실 되게 살면서 내 매력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