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응팔)의 인기 요인으로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추억의 소품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 곳곳에 등장하는 소품들은 시청자에게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주요 매개체다.
H.O.T.가 가요계를 주름잡던 1997년이 배경인 ‘응답하라 1997’에서는 H.O.T.를 상징하는 흰 막대풍선, 우비, 주인공의 방에 붙은 그룹 멤버의 사진들이 시청자를 그 시절로 안내했다. 마이마이 카세트, 모토로라 삐삐 등의 소품은 ‘응답하라 1994’(응사) 시청자를 1994년으로 이끌었다. ‘응팔’의 시청자를 1988년으로 되돌린 소품들은 무엇일까.
반가워요, ‘올드 에디션’
드라마에는 그 시절을 모르는 시청자도 반가워하고 공감하는 소품이 등장한다. 요즘도 집 근처 마트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가나초콜릿, 새우깡, 밀키스 같은 먹을거리다.
‘응팔’ 속 간접광고(PPL)로 노출된 롯데제과 가나초콜릿은 1988년 당시 이미연이 모델로 등장한 TV광고가 화제가 됐다. 극중 덕선은 가나초콜릿 광고 속 이미연이 되는 꿈을 꿨는데, 실제로 덕선을 연기한 배우 혜리가 해당 제품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빼빼로·치토스·고깔콘·빠다코코낫, 롯데칠성의 밀키스, 빙그레의 바나나우유 등 방송에 노출된 PPL 제품들도 드라마 덕을 봤다.
드라마 속 소품의 인기 덕분에 명맥 끊긴 상품이 부활하기도 했다. 쌍문동 골목길 평상에서 라미란 이일화 김선영이 유쾌한 수다를 떨며 즐겨 마시던 크라운맥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1993년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22년 만에 한정판으로 하이트진로에서 재출시됐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이따리아노도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다.
지금도 간식으로 인기가 높은 농심 새우깡은 드라마 이후 인기가 더 높아졌다. 드라마에 등장한 새우깡의 이전 포장지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드라마 미술팀은 ‘1988년 버전’의 투명 포장지를 직접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포장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포장지를 보며 시청자들은 옛 추억에 빠져들었다. 빙그레도 1988년 당시의 포장과 서체를 그대로 적용한 ‘바나나맛 우유 1988 에디션’을 출시했다.
제작진이 덴마크에서 공수해 온 철제 고리를 걸어 돌려 따는 예전 스팸도 눈길을 끌었다.
반갑습니다, 옛 소품
드라마 방영 초기에 유튜브에서는 한 외국 10대 소녀가 유선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방법을 몰라 당황해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전화라고는 휴대전화가 전부인 줄 알던 소녀에게 휴대전화와 비슷한 무선전화기도 아닌 줄 달린 전화는 생소했을 것. 이런 경우처럼 제작진은 젊은 시청자가 ‘응팔’을 사극처럼 느끼지 않게 하기위해 첫 방송 전 ‘시청자 지도서’란 예고편을 제작해 추억의 소품을 설명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곤로’는 그 시절을 경험한 시청자에게도 이제는 잊혀진 물건이 됐다. 가스레인지가 나오기 전까지 주요한 조리 도구였던 곤로를 보고 덕선의 친구 만옥(이민지)이 “곤로가 뭐야”라고 말할 정도로 1988년 당시에도 흔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1988년 당시 곤로는 없었다”와 “곤로에 밥해 먹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로 엇갈리기도 했다. tvN 관계자는 “정확히 1988년이라기보다 그 시절 감성을 불러일으킬만한 소품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로 겨울이 배경인 드라마를 훈훈하게 만든 연탄보일러도 시청자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 소품이다. 연탄가스에 질식한 덕선이 동치미 한 사발을 들이켜 정신 차리는 장면, 퇴근하던 동일(성동일)이 집 앞에 놓인 연탄을 발로 차는 장면에 많은 시청자가 “나도 그랬다”며 공감했다.
한번 누르면 밥 한 공기만큼 쌀이 나오는 쌀통, ‘짤순이’라 불리던 탈수기, 고기와 생선만 따로 보관하는 ‘싱싱칸’이 있던 3단 냉장고, 마이마이 카세트보다 구식인 각종 카세트플레이어도 1988년을 회상하게 했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시청자에게는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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