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끈 데는 작은 보석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 덕분에 극의 재미가 배가됐다는 평가다. 조연 배우들은 대부분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이거나 연극 무대 출신이다.
성균이네 큰아들 정봉 역의 안재홍은 2013년 저예산영화 ‘족구왕’에서 족구에 빠진 복학생 역할로 사랑받은 배우다. 대학을 7수 만에 들어간 정봉은 공부나 출세보다는 우표수집 같은 소심한 취미에 몰두하는 캐릭터를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정봉은 거대한 목표보다 작은 기쁨에서도 인생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1988년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었던 치열교정기를 끼고 어눌한 말투로 느릿느릿 말하던 덕선의 학교 친구 미옥. 이 역을 맡은 이민지는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으로 불렸다. 그가 출연한 영화 ‘세이프’는 2013년 칸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부서진 밤’은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은곰상, ‘초대’는 2012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새로운 시선)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2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연기상을 수상한 ‘애드벌룬’을 비롯해 20편에 가까운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주인공 덕선(혜리)의 언니 보라는 류혜영의 까칠한 연기로 빛이 났다. 류혜영은 ‘애정만세’(2011년) ‘잉투기’(2013년) 같은 저예산 영화에서 특유의 거칠면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로 눈길을 끈 배우였다. 드라마 제작진은 이 영화들에서 류혜영의 연기를 눈여겨보고 캐스팅한 것으로 보인다.
부모 역의 배우들은 연극무대에서 갈고 닦은 연기를 선보였다. 선우 엄마 선영 역의 김선영은 ‘홍준씨는 파라오다’ ‘주머니 속 선인장’ ‘전명출 평전’ 같은 연극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바둑기사 택이의 아빠 무성 역의 최무성은 ‘야간여행’ 등으로 공연 무대를 주름잡았다. 동용이의 아빠 재명 역의 유재명도 20년 이상 연극무대를 지킨 베테랑 배우다. 부산 출신인 그는 지역 극단을 운영하며 각본, 연출, 연기까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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