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의 성공학]쌍문동서 울려퍼졌던 ‘그 노래’… ‘응팔’의 감독판 음반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감독판 오리지날사운드트랙’ 발매

동물원의 노래 ‘혜와동’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등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며 다시 인기를 끌었다. 그룹 멤버인 유준열 배영길 박기영(왼쪽부터). 동아일보DB
동물원의 노래 ‘혜와동’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등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며 다시 인기를 끌었다. 그룹 멤버인 유준열 배영길 박기영(왼쪽부터). 동아일보DB

음악은 때로 기억에 신비로운 주문을 거는 마법사가 된다.

지난날의 어떤 장면은 그때 들은 노래와 함께 떠오른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특별한 노래의 뭉클한 소절을 처음 들었던 순간이 그 시공간이나 그날 겪은 사건과 함께 연상될 때도 있다.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 쓰인 음악들은 노래만으로 시청자 개개인의 옛 기억을 소환하는 한편 흑백사진처럼 바랜 옛 음악에 전혀 새로운 맥락을 연결 짓기도 했다. ‘응팔’의 이야기와 흘러간 노래가 이룬 화학적 결합 말이다.

1980년대를 겪지 않은 20대 이하 젊은 세대에게도 ‘응팔’의 음악이 성공적으로 침투했다는 것은 더 주목할 만하다.

심야 라디오가 TV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인기 있던 청각의 시대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화성과 선율의 힘이 새로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셈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

극의 핵심적 주제를 관통하며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곡을 꼽자면 셋이 겨뤄야 한다. 김필이 부른 산울림의 ‘청춘’, 이적이 부른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오혁이 부른 이문세의 ‘소녀’.

‘언젠간 가겠지/푸르른 이 청춘/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으로 시작하는 ‘청춘’은 드라마 시리즈의 제목에 박힌 명령문, ‘응답하라’의 간절한 정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단조의 처량한 비가다. 엠넷 ‘슈퍼스타K6’에 출전해 얼음으로 된 비수 같은 독보적인 음색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김필의 리메이크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2004년 전인권이 발표한 ‘걱정말아요 그대’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이적의 애절한 가창과 편곡으로 ‘응팔’의 음악 가운데 가장 빛났다. 원곡의 발표 시기가 드라마의 배경과 가장 동떨어진 노래였지만 쌍문동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과 감정의 결을 잘 표현해냈다.

‘내 곁에만 머물러요/떠나면 안 돼요…’, 이문세의 먹먹한 목소리는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힘든 종류의 청각적 경험이다.

인기 밴드 혁오의 보컬 겸 리더 오혁은 ‘소녀’에 시대를 넘어선 적확한 해석을 가했다. ‘인디 나얼’로 불릴 정도로 외국식 솔(soul)의 분위기를 풍기는 오혁의 목소리와 가창은 어떤 선을 넘어서지 않았다. 이적이 감정을 확대해 탈선함으로써 원곡과 다른 정서를 확보했다면 오혁은 자기 색을 드러내되 절제함으로써 목표치에 도달했다.

‘응팔’ 수록곡과 부록을 담은 ‘감독판 오리지날사운드트랙’이 22일 발매됐다. 위의 세 곡과 다음 곡들이 실렸다. 박보람이 부른 동물원의 ‘혜화동’(혹은 쌍문동), 디셈버가 부른 변진섭의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와블이 부른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 노을이 부른 박광현의 ‘함께’, 소진이 부른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기현이 부른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여은이 부른 김완선의 ‘이젠 잊기로 해요’, 앤씨아가 부른 홍성민의 ‘기억날 그날이 와도’….

이번 ‘감독판 음반’에는 배우들의 미공개 사진과 드라마에 대한 배우들의 코멘트, 원곡에 대한 원곡자의 코멘트가 담긴 스페셜 미니 포토 북, 뮤직비디오들을 담은 DVD가 부록으로 포함됐다.
이문세

극 중 1980년대 추억을 떠오르게 했던 아이템으로 정봉이가 열심히 긁던 ‘치토스 딱지 쿠폰’, 로맨틱한 러브레터로 쓰인 ‘황금 열쇠’, 추억의 ‘버스 회수권’도 함께 담겼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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