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서강준이 지난해 드라마 ‘화정’으로 겪은 쓰라린 상처를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으로 치유하고 있다.
2013년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2년 만에 ‘화정’을 통해 첫 사극을 경험한 그는 “살짝 넘어지긴 했는데, 잘 넘어진 것 같다”고 웃으며 당시를 돌이켰다. 결과적으로 그때의 아픔이 서강준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고, ‘치인트’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치인트’ 막바지 촬영으로 바쁜 서강준을 최근 만나 그간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한창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송중이지만 ‘화정’ 종영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고 4일 ‘치인트’ 첫 방송을 기다리면서 마음을 졸였다.
‘화정’으로 겪은 연기력 비난으로 인한 “연기를 하는 제 꿈에 대한 질타가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면서, 그 상처가 치유되기도 전에 ‘치인트’에 캐스팅되면서 많은 마니아 팬을 보유하고 있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라 거부 반응을 보이는 원작 팬들이 걱정이었다. 그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들의 환상을 깰까봐 두려움이 컸다. 어떻게 해서라도 우려를 씻어드리고 싶었다. 초반 욕심과 의지가 앞섰는데 연출자 이윤정 PD가 ‘현장에서 놀아라’ 조언해주셨고, 그 뒤로 힘을 빼면서 조금씩 방법을 알아가게 됐다. 웹툰의 백인호를 쫓아가려는 조바심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극중 백인호는 화가 나면 참지 않고 무조건 분출하는 스타일로, 실제 서강준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전혀 다른 성격인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연기자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서강준은 “무조건 웹툰을 따라가기보다는 서강준의 백인호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강준의 열연과 더불어 원작의 힘이 더해지면서 ‘치인트’는 3.5%의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하고 6.4%까지 상승했다. 케이블채널에서 또 하나의 ‘대박’ 드라마가 탄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웹툰의 백인호를 잘 표현해 좋아해주시는 게 아니라, 서강준이 표현한 백인호를 좋아해주시는 거라 감히 생각하고 싶다. 2D의 백인호를 3D로 잘 나타냈다고 믿고 싶다.”
그의 조심스런 자신감에는 드라마 속 백인호는 웹툰의 백인호를 똑같이 따라가려는 것이 아닌, 자신 안에서 백인호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했던 많은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강준은 ‘화정’으로 “오기”와 “자양분”을, ‘치인트’를 통해서는 “자신감”을 얻었다.
“연기 시작한 지 이제 막 3년 된 제가 하기에는 큰 드라마였다. 10년 뒤 다시 비슷한 작품을 하게 된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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