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기억이 선명한 도경수(23). 아직 첫사랑의 감정을 겪지 않은 김소현(17)이 24일 개봉하는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제작 주피터필름)에서 만났다. 그렇게 17살 소년소녀가 겪는 순수하지만 아픈 첫사랑을 함께 완성했다. 사랑을 소재 삼은 영화는 끊임없이 나오지만 ‘순정’은 기존 로맨스 장르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영화가 순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완성된 데에는 두 주연배우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촬영 3개월 동안 영화에서처럼 서로를 챙겼다”는 도경수와 김소현을 만났다. 요즘 관심사? 사랑에 관한 다양한 것들 책·영화는 물론 사소한 글귀도 찾아봐 사춘기? 연기 못한다고 여길 때 심했죠
김소현은 ‘소녀’보다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 영화와 드라마 출연으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영향일까. 그렇게 쌓인 실력이 또래 연기자보다 월등한 덕분일까. 이제는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순정’의 흥행 수치에 따라 김소현은 ‘건축학개론’의 수지를 잇는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10대라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김소현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상당히 큰 첫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흠 잡을 데 없는 재능으로 진가를 마음껏 드러낸다.
김소현의 표현을 빌리자면 ‘순정’의 여주인공 수옥은 “단순하지 않은 인물”이다. 다리가 불편해 도시에 가본 적 없는 시골 소녀인 그는 훗날 라디오 DJ가 되고 싶어 한다. 음악은 발이 없이도 세상을 누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수옥은 누가 봐도 예쁘다. 주변 친구들이 첫사랑으로 마음에 품고 있을 정도다.
“수옥과 나는 비슷하다. 친구를 좋아하는 모습도 닮았다. 나는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대신 혼자 담아두는 편인데, 그런 부분도 수옥과 비슷하다.”
사실 김소현은 아직 ‘사랑’이라고 부를 만큼 누군가를 깊이 좋아해본 경험이 없다. 영화에서는 친구인 범실(도경수)을 남몰래 흠모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김소현은 “촬영 동안 경수 오빠를 보며 좋아하고 미안해하는 수옥의 마음을 그대로 따르려 했다”면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녹아드려 했다”고 밝혔다.
현실의 김소현은 첫사랑이 절실한 때라기보다 아직은 고민이 많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서 있다.
“사춘기를 겪었다. 연기를 못한다고 여길 때 특히 심했다.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고. 해결 방법을 몰라 더 어려웠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언제 또 그럴지 모르겠다. 하하!”
김소현은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해야 할 나이. 하지만 고교 입학을 앞둔 지난해 초 직접 커리큘럼을 짜 원하는 공부를 하는 ‘홈스쿨링’을 택했다. “부모님과 소속사가 선택권을 줬다. 전적으로 내 의지로 선택한 결정”이라고 했다.
“예술고에는 진학하고 싶지 않았다. 인문계를 준비했지만 집 근처 고등학교에서는 연기활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고교 3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홈스쿨링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제대로 하면 가능하다. 그래서 택했다.”
대학 입학에 필요한 검정고시 준비와 더불어 얼마 전부터 한국사 공부를 시작했다. “배우고 싶은 걸 공부할 수 있어 좋다”는 그는 “여유롭게 책 읽고 영화 볼 시간도 많다”고 했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사랑에 관한 다양한 것들”이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이나 영화는 물론 사소한 글귀라도 찾아 읽는다. 얼마 전에 읽은 ‘그래도 사랑이더라’라는 책이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