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아내들은 괴롭다. 명절을 즐기지도 못하고 손님 치르는 스트레스에 짓눌린다. 개그맨 박미선(49)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번 설에는 구세주가 나타날까. 요즘 같아서는 음식 준비와 설거지를 도와주는 남편 이봉원(53)의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봉원은 지난달 21일 새롭게 단장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아내가 뿔났다―남편밥상’에서 아내에게 ‘새조개 샤브샤브’를 해줬다. 결혼 생활 23년 동안 아내에게 요리를 해준 것은 처음이다. 박미선은 “낯설지만 지금까지 본 남편의 모습 중 가장 멋있다”며 엄지를 세웠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집 안팎에서 아내들의 ‘분노 게이지’를 올린 남편들이 요리사로 변신해 밥상을 차려주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설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에서 박미선 이봉원 부부를 만났다. 아내를 위해 요리도 해본 ‘다정한’ 이봉원이지만 ‘(아내 얼굴을) 웃으며 마주 봐 달라’는 사진기자의 주문에는 “마주 보고 어떻게 웃어”라며 쑥스러워했다.
―둘 다 방송 활동을 하는 연예인 부부의 명절은 어떤가.
▽박미선=남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부모를 모시고 자식과 삼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다. 큰집이라 명절 전에 시어머니와 전 부치고 갈비, 나물 등 차례 음식을 만들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시어머니가 음식을 잘해서 주로 설거지를 담당하지만(웃음). 친척, 지인들이 쉴 새 없이 다녀가다 보면 명절이 금방 간다. 남편은 전형적인 한국 남자다. TV 보고 누워 있다가 손님들 맞이할 때 돼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봉원=내가 하면 잘한다. 지금은 할 사람들이 많으니까 가만히 있는 거다(웃음).
―명절에 특별히 해먹는 음식이 있나.
▽박=설에 떡국 해먹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집에 온 손님들에게 특별히 시어머니가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도 대접한다. 차례상에 올리지 않지만 오징어 홍합 고추를 갈아서 만든 매운 고추부침개도 만든다. 집에 온 손님들마다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별미다.
―부부에게 명절은 어떤 의미인가.
▽이=우리나라 외에 몇 나라밖에 없는 멋있는 풍습 같다. 요즘 사람들이 간소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빨간 날이라고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다. 명절이 고루하게도 보이겠지만 지켜나가면 좋겠다.
▽박=힘들다. 와서 인사들만 딱 하고 돌아가면 좋을 텐데(웃음). 설거지만 해도 산더미다. 그래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웃고 어울리는 모습은 보기 좋다. 남편이 좀 도와준다면 언제든 즐겁게 준비할 수 있다.
―(이봉원이) 방송에서 선보인 음식 솜씨가 의외다. 비결은….
▽이=일본 유학 가서 자취할 때 직접 음식을 해먹었다. 그리고 평소 캠핑이나 등산 갈 때도 사람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준다. ▽박=남편이 밖에서는 음식을 잘 못 먹는다. 다른 사람 손을 빌릴 바에야 본인이 직접 다 하는 것 같다. 진작부터 나한테도 음식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내가 뿔났다’에 출연한 지도 반년이 넘었다. 스스로 변화된 부분은….
▽박=처음에는 남편을 대신하는 ‘드림맨’을 만나는 이런 아이템이 방송으로 될까 싶었다. 하지만 여성 시청자의 돌파구가 됐는지 반응이 좋았다. 공감도 많이 해주고. 그래도 처음에는 나만 뿔난 줄 알았는데 방송을 하면서 남편의 ‘뿔’도 생각하게 됐다.
▽이=주변 사람에게는 보지 말라고 조언하는 프로다. 그래도 다들 보더라. ‘이제는 요리까지 하느냐’는 얘기도 주변으로부터 들었다(웃음).
▽박=요즘 ‘남편밥상’에서 요리를 해준 뒤에 집에서도 방송 안 할 때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한 번 먹어보라 한다. 방송의 긍정적 기능이다. ―이번 설에 음식 준비하는 남편 이봉원 기대해볼 수 있나.
▽박=설 때도 카메라가 집으로 와서 찍으면 좋겠다. 그러면 음식 준비 도와주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을까(웃음).
▽이=안 그래도 이번 설을 계기로 요리 한번 배워보려고 한다. 올해 안에 한식요리사 자격증도 딸 계획이고. 자격증 따면 음식점 프랜차이즈를 전문적으로 해 보면 어떨까….
▽박=안 듣는 게 나을 뻔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해 온 비결은….
▽박=나한테 맞춰 달라고만 하지 않고 조금씩 맞춰 가면서 살아온 것 같다. 또 대가족이 함께 살아왔기에 남편에게 서러워도 다른 방법으로 위안을 받았다.
▽이=크게 안 바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대가 뭔가 했을 때 기쁨은 두 배다. 하하.
―새해 바람은….
▽이=조리사 자격증 취득 외에 연예인으로 데뷔하고 처음 음반을 낸다. 중년의 이야기를 담은 세미트로트 앨범으로 이번 달 녹음 작업을 진행한다. 산악회 회장인데 연말에 히말라야 등반 계획을 갖고 있다. 갔다가 꼭 내려올 거다.
▽박=새로운 자기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다. 미술 공부도 새로 하고 있고, 평소 운동을 싫어하는데 운동해서 다이어트부터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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