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사외전’(사진)이 900만 관객을 앞뒀다. 이변이 없는 한 1000만 관객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 편의 영화가 국내 극장의 거의 모든 스크린을 독점한 상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검사외전’ 흥행이 남긴 과제다.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설 연휴를 거치면서 폭발적인 속도로 관객을 모았다. 연휴가 시작된 5일부터 엿새간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설날인 9일 하루에만 1806개(영화진흥위원회)의 스크린을 차지했다. 전국의 스크린(2389개)에서 72%를 가져간 셈. 이는 한국영화 일일 스크린 가운데 역대 최고 수치다. 경쟁작도 없어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은 가열됐다.
‘검사외전’ 돌풍은 영화계에 ‘스크린 독점 규제’ 이슈를 재점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일정개수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다. 특정영화의 스크린 독점 현상은 다양한 장르의 상영 환경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07년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논의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골목상권을 지키는 방편으로 나온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의 방식을 참고할만하다는 지적도 꺼낸다. 한 영화사 대표는 “시장논리에만 맡기면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상업영화의 독식 우려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편에서는 법적 제재에 앞서 국내 극장환경의 특수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 2014년 기준(영국 IHS 집계) 인구 100만 명당 극장수가 40여개로, 1위인 미국(120여개)은 물론 프랑스와 캐나다(80여개), 영국(60여개)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 인구수 대비 극장이 적다보니, 스크린이 특정 흥행작에 대거 몰리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산업정책연구팀 김현수 팀장은 “프랑스의 경우 국립영화센터(CNC)를 통해 스크린 독점에 대한 유동적인 기준을 마련해 관리하기도 하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