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법정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억울한 누명을 쓴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 거대한 악에 맞서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의 시선을 모았다.
‘리멤버-아들의 전쟁’뿐 아니라 법정에서 정연한 논리로 변론에 나서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나 영화는 이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세상의 다양한 사건사고를 극화하며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 나서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얹어 더욱 극적인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여성 변호사를 내세운 법정드라마가 있었다. 그해 4월 방송을 시작한 SBS ‘박봉숙 변호사’이다. 고두심(사진)이 연기 생활 처음으로 단독 주연에 나선 드라마는 박봉숙 변호사가 갖은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MBC ‘전원일기’를 통해 시골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그 이미지가 강했던 고두심은 변호사라는 전문직의 영역에서 새로운 연기를 보여줬다.
이 같은 모습이 겹쳐지면서 고두심은 1995년 오늘 서울가정법원의 가사조정위원으로 위촉됐다. 연기자 이정길과 전무송도 함께였다. 역시 가사조정위원이었던 차인태 전 MBC 아나운서가 추천한 이들은 그해 3월1일부터 임기 1년의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이들 연기자들이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효심 가득한 며느리와 자상하고 성실한 남편 역 등을 연기하며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위촉의 배경을 밝혔다.
가사조정위원은 이혼이나 재산상속과 관련한 소송 등 가정법원의 가사분쟁 당사자들을 사전 조정을 통해 화해로 이끌어 분쟁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임무를 맡았다. 연기자들은 실제 가사조정에 참여했다.
특히 고두심은 ‘박봉숙 변호사’에서 보여준 슬기로움과 전문지식을 갖춘 변호사의 이미지도 평가 받았다. 고두심은 ‘박봉숙 변호사’에 캐스팅된 후 ‘펠리컨 브리프’ ‘재미있는 법률 여행’ 등 법과 관련한 10여권의 책과 ‘필라델피아’ 등 법정영화를 교과서 삼았다. 그리고 여성 변호사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들었다.
그는 이미 1980년 MBC ‘홍변호사’의 주인공 박근형의 극중 비서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박봉숙 변호사’의 연출자 김한영 PD가 그 조연출 출신이며, 대본을 쓴 윤대성 작가 역시 이들과 함께했다는 인연은 드라마사의 이색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