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들의 돌풍…‘동주’·‘귀향’의 흥행 원동력은 ○○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2월 25일 17시 39분


“기자님, 이 영화가 잘 될까요?”

시사회장을 나오자 영화 관계자가 근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잘 될 거다”라고 말했지만, 진짜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저예산 영화라 상영관은 얼마나 받을지, 관객들의 관심이나 끌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화려한 배우 라인업, 수십 억 마케팅 비용에도 상영관에 얼마 못 걸리고 IPTV행이 되는 대작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 영화의 흥행 신호가 심상찮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 ‘동주’(제작 루스이소니도스)다.

‘동주’와 ‘귀향’(감독 조정래·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 두 작은 영화가 요즘 예상치 못한 입소문으로 극장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청춘을 담은 영화 ‘동주’는 24일까지 38만 3447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첫날 374개 상영관에서 1084회를 틀었지만 관객들의 성원에 상영관은 80여개가 늘었고 상영횟수도 400회가 더 늘어났다. 24일 개봉한 ‘귀향’은 당일 16만 명의 관객들을 동원했고 24시간 만에 20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대형 배급사의 작품처럼 물량공세를 하지도 못했다.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의 한(恨)을 절절하게 그린 ‘귀향’은 투자사가 없어 일반인들이 조금씩 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의 50%를 조달해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 영화 한 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시사회 당시 50개의 상영관만 확보했던 ‘귀향’은 개봉 당일 500개의 상영관을 확보했다. 초반 스크린을 열지 않았던 CGV도 관객들의 반응에 스크린을 내줬다. 대부분 작은 영화들은 언제 개봉한지도 모르는 채 막이 내려간다. 그러기에 이러한 반응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작품들은 무엇이 달랐던 걸까.

김시무 평론가는 “대한민국의 어지러운 안팎의 상황이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위안부 한일협정이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어느 정도 극장가에 영향을 줬다는 것. 그는 “현재 일본 정부의 껄끄러운 행태가 국내에서 화두가 되는 만큼 관객들이 앞장서서 우리가 몰랐던 역사를 알고자 극장을 찾게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들은 장르물도 아닌 시대극도 아닌 애매한 노선을 타서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암살’을 시작으로 작품들이 방향성을 두기 시작한 것 같다. 정면 돌파라고 보면 된다. 그 시도가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 모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대형 투자배급사의 상영관 독식과점 논란도 한 몫을 했다는 평도 있다. 최근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검사외전’이 스크린수를 독과점하며 영화계가 시끌벅적했다. 이 때문에 이후 개봉하는 ‘동주’와 ‘귀향’ 등 저예산 영화들이 독과점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귀향’의 홍보 마케팅 담당자는 “대형 배급사의 영화가 스크린을 대다수 보유해 논란이 됐는데 그 이후 저예산 영화들의 개봉소식이 들려오면서 영화 팬들의 상영관에 대한 관심이 쏠린 것 같다. 특히 ‘귀향’은 7만 명의 국민이 펀딩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들의 자발적인 홍보가 입소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동주’와 ‘귀향’은 어쩌면 시기를 잘 탄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쏟은 노력은 단순히 ‘운’이라 할 수 없다. 그 진심을 안 관객들이 응답을 한 것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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