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은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주최측이 시상식에 앞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이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탓이었다. 시상식을 화려하게 빛낼 다수의 배우들이 이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행사는 파행을 맞고 말았다. 또 한 작품에 무려 10개 부문의 상을 안겨줬지만 ‘과연 그렇게 많은 상을 주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실 대종상 시상식과 그 후보작 선정 그리고 수상자(작) 등과 관련해 잡음이 나온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주최측은 늘 그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지만 현실에선 빗나간 경우가 없지 않았다.
1991년 오늘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사진)의 제작사 서울필름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한진흥업이 제29회 대종상 영화제 출품을 철회했다. 두 제작사는 “정치적 메시지로 인해 두 작품을 수상작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6일 대종상 집행위원회는 예심 심사위원들의 후보작 시사 및 심사를 진행하면서 “정치적 영화 혹은 전쟁 찬양 영화 등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에 일부 예심위원들이 반발했고 의심의 시선은 더욱 커져갔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는 강우석 감독 연출로 안성기, 김성령, 박근형 등이 주연한 영화. 대선을 앞둔 정치상황과 비리에 맞서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장길수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이혜숙이 주연해 6·25 전쟁 시기 미군에 폭행당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하지만 대종상 집행위원회는 두 제작사와 영화계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두 작품을 본선 심사에 올렸다. 두 제작사 측은 수상을 하더라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가 남우조연상 박근형과 신인여우상 김성령을 비롯해 편집상, 녹음상, 음향상, 기술상 등 6개 부문에 걸쳐 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수상자가 무대에 오르지 않으면서 시상식의 권위와 신뢰는 회복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