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만큼은 못하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보다는 재미있다.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첫 대결을 담은 영화로 관심을 모았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7일 개봉·12세 이상) 얘기다.
임무 수행 도중 여러 차례 민간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어벤져스 팀은 유엔의 관리 감독을 받기 위한 ‘슈퍼히어로 등록제’에 서명하고, 서명하지 않을 경우 은퇴하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받는다. 아이언맨은 등록제에 찬성하지만 캡틴아메리카는 히어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 둘이 대립하던 중 사라진 줄 알았던 윈터솔져가 나타나 등록제 비준을 위해 국가 정상들이 모인 유엔본부 건물에 폭탄테러를 자행한다. 캡틴아메리카는 윈터솔져를 지키기 위해 아이언맨에게 등을 돌리고, 아이언맨은 캡틴아메리카가 말하는 정의를 불신하기 시작한다.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결을 다룬 만큼 각 팀에 속한 히어로들의 개성과 액션이 영화의 핵심 볼거리다. 캡틴 편에는 팔콘(안소니 마키) 스칼렛위치(엘리자베스 올슨) 앤트맨(스콧 랭)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아이언맨 편에는 블랙위도우(스칼렛 조핸슨) 워 머신(돈 치들) 비전(폴 베타니)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가 선다.
특히 ‘어벤져스2’에서 처음 등장했던 스칼렛위치와 비전이 본격적으로 싸움에 나서면서 미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지난해 영화 ‘앤트맨’으로 처음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앤트맨은 익살과 전투력 두 측면에서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첫 등장한 히어로 블랙팬서 역시 꽤 큰 비중으로 등장해 이국적인 액션을 선보이면서 이야기 전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팬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그 동안 판권 문제로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에 나오지 못했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등장이다. 원작 코믹스의 ‘시빌 워’ 편에서 스파이더맨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던 것과 달리 영화 속 스파이더맨은 이제 갓 히어로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온다. 소년다운 외모에 아이언맨이나 캡틴 같은 ‘유명인’을 보며 감격하는 ‘초짜’지만 특유의 재기발랄한 캐릭터와 액션만큼은 앞으로 나올 리부트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치고 박고 싸우는 순간에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 액션 신은 여전히 볼만하지만 기대에 비해 어딘가 썰렁하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다. 국가 하나를 통째로 멸망시키고, 뉴욕 같은 대도시를 초토화시켰던 이전 영화들의 스케일에 비하면 폐허나 비행장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이번 영화의 액션 신은 다소 밀도가 떨어져 보인다. 덕분에 히어로들의 액션에 더 집중할 수 있지만, ‘출연료로 제작비를 다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농담이 마냥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슈퍼히어로에게도 과연 자유와 선택권이 있는가’라는 무게감 있는 주제를 던져놓고도 결국 갈등의 기본 골격을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윈터솔져(세바스찬 스탠)의 삼각관계에 한정지은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히어로들의 개성과 액션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고, 앞으로 펼쳐질 마블스튜디오의 영화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영화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영화를 알차게 즐기려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와 ‘어벤져스2’는 미리 보고 가는 것이 좋다. ★★★☆ (별 5개 만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