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부터 괴 바이러스의 위협까지, 지구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스크린에 옮기는 재난영화가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그 여파로 올해 여름 개봉하는 재난영화는 총 네 편. 할리우드에 비해 대규모 재난영화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한국영화도 두 편이나 포함돼 있다.
관객을 현실적인 공포로 몰아넣을 재난영화는 7월20일 개봉하는 ‘부산행’과 8월 공개하는 ‘터널’. 외화로는 23일 개봉하는 ‘인디펜던스데이:리써전스’와 7월14일 관객을 찾는 ‘더 웨이브’가 주목받는다. 한국영화가 재난의 이면까지 비추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다면 외화는 재난을 극복하는 희망에 주력한다.
공유 주연의 ‘부산행’(제작 레드피터)과 하정우가 주연한 ‘터널’(제작 어나더썬데이)은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현실적인 기시감 짙은 재난영화로 관객에 다가선다. 소재는 달라도 ‘재난은 인재’라는 메시지를 담으려는 시도 역시 비슷하다.
‘부산행’은 이상 바이러스가 퍼진 한국 사회를 그린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가운데 부산행 KTX에 오른 소수의 사람들이 겪는 대혼란을 고속열차의 속도감만큼 빠르게 풀어낸다.
여러 인물의 사연이 연속해 나오지만 짜임새는 탁월하다. 연출자 연상호 감독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정확한 동선이 있어, 이야기의 호흡을 빠르게 하고 목표점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긴장감 면에서 최근 한국영화 가운데 손꼽히는 수준이다.
얼마 전 공개한 예고편만으로 관심을 받는 ‘터널’은 무너진 터널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다. 터널에 갇힌 남자, 구하려는 사람들, 이를 막으려는 또 다른 세력이 뒤엉켜 벌이는 ‘최악’의 상황을 그린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무너졌습니다’라는 앵커의 말로 시작하는 예고편으로 분위기를 드러낸다. 김성훈 감독은 “‘터널’은 결국 생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재난영화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은 ‘인디펜던스데이2’다. 1996년 신기술에 가까웠던 컴퓨터그래픽으로 재난 블록버스터 장르를 시작한 1편을 잇는 후속편이다. 20년 동안 발전한 기술에 힘입어 영화는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의 규모를 키우고 그 표현에도 공을 들였다. 1편에 이어 다시 출연한 배우 제프 골드브럼은 “인류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쓰나미 소재도 있다. 노르웨이 영화 ‘더 웨이브’는 북유럽 피오르드 해안에서 일어난 쓰나미와 산사태를 압도적인 규모로 구현했다. 지난해 유럽 개봉 당시 재난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흥행 1위에 올랐다. 유럽 사람들이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