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납치·실종된 절박한 상황 미혼 여배우들 모성애 연기 대결 TV쇼·선거판 극적 장치도 눈길
아이가 사라졌다. 겪지 않았다면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 미혼의 여배우들이 그 애끊는 모성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22일 방송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극본 한지완·연출 박용순)의 김아중 그리고 23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제작 영화사 거미)의 손예진이다. 30대를 대표하는 이들은 웃음 대신 절규를 택했다. 행방불명된 아이를 찾아나서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이들 앞에 놓여 있다.
● ‘원티드’ VS ‘비밀은 없다’
어느 날 국내 최고 여배우의 아들이 납치된다. 범인은 ‘아들을 찾고 싶으면 생방송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긴박하고 잔인한 쇼를 만들라고 요구한다. ‘원티드’는 극중 리얼리티 쇼 제목이다. 아들을 찾으려는 여배우(김아중),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PD(엄태웅), 동물적인 감각과 뛰어난 두뇌로 범인을 찾아 나선 경찰(지현우), 아들의 아버지이자 자극적인 ‘쇼’로 재정난을 해결하려는 방송사 사장(송정호) 등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 드라마를 이끌고 나간다. 제작진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상황만 좇는 현실의 비뚤어진 욕망과 미디어의 속성 등을 적나라하게 펼쳐 보인다는 계획이다. 박영수 SBS 책임프로듀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공포를 가장 현실적으로 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밀은 없다’는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앞둔 순간, 중학생 딸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인 손예진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답게 사건의 ‘전말’을 향해 내달려간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행복한 우리집’. 방송사 유명 앵커로 지방 신도시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정계 입문을 앞둔 아빠(김주혁)와 인형처럼 예쁜 아내, 유복하게 자란 딸(신지훈)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이지만, 오랫동안 이들 곁에서 모습을 감췄던 ‘불행’은 잠행하다 한 순간 가족을 덮친다. ‘비밀은 없다’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연출자 이경미 감독은 “스릴러의 외피를 썼지만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는 멜로 장르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아중 VS 손예진
김아중은 전작 ‘싸인’ ‘펀치’ 등 연이어 장르 드라마에 출연해 ‘장르물의 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폭넓고도 다양한 감정의 연기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5년 ‘펀치’에 이어 또 다시 아이 엄마를 연기한다. 당시 선보인 엄마 캐릭터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면, 이번엔 가슴 절절한 모성애를 지녔다. 제작진이 “그것이 시청 포인트”라고 할 정도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는 미혼인 김아중은 겪어보지 않은 감정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는 감정이어야 내 연기가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엄마를 연기하는 김아중보다 사건을 겪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김아중의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미디어 종사자로서 자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한 작가의 조언도 고민을 덜어줬다.
손예진에게 장성한 딸을 둔 엄마 역은 그 자체로 모험이었다. 부담을 느꼈을 법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을 연기해왔다”는 그는 이번에도 기본기 탄탄한 실력으로 개성 강한 모성애 연기를 완성했다. 이경미 감독은 “누구나 예상하고 바라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손예진이 영화에 꼭 필요했다”고 돌이켰다. 손예진은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다.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장르로 출발해 스릴러와 액션, 사극, 시대극까지 아우르는 능력을 가진 유일무이한 여배우로서 활약은 어김없이 이어진다. 그런 손예진은 “선택할 때도, 연기하면서도 용기가 필요했던 영화”라고 ‘비밀은 없다’를 소개했다. 남모를 고통도 따랐다. 하지만 고통은 영화와 연기를 향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이겨냈다. ‘비밀은 없다’는 손예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