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에서 또다시 찾아온 외계 우주선. 외계 여왕이 탄 모선의 크기는 북미 대륙을 뒤덮을 정도다. 호호호비치 제공
20년 만에 돌아온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22일 개봉). 어떠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명하다. “1편이 좋았다면 2편도 재밌게 보실 거예요.”
1996년 첫 편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느닷없이 외계인이 백악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같은 미국의 상징을 깡그리 때려 부수다니. 전 세계에서 8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9200억 원)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게 ‘아메리카 초토화’에 열광한 반미(反美)주의자들 덕분이란 농담도 돌았다. 국내서도 92만여 명(서울 기준)이 관람하며 그해 흥행 1위에 올랐다.
욕도 먹었다. 부수는 거 말곤 줄거리가 앙상했다. 이음새가 헐렁한 건 둘째. 대통령이 전투기 몰고 외계인이랑 싸우니 말 다했지 뭐. 주제는 ‘람보’보다 더한 ‘팍스아메리카나’. ‘광고가 본편보다 낫다’고도 했다.
그런 뜻에서 2편은 놀랍다. “이렇게 닮을 수가!” ‘활동 재개(resurgence)’란 부제처럼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쌍권총 카우보이가 차림새는 똑같은데 광선총을 쏘는 차이랄까.
줄거리도 엇비슷하다. 스무 해 전 외계인이 또 찾아왔다. 역시 다 때려죽이고 정복하려고. 물론 당시 습득한 외계 기술을 바탕으로 지구도 상당한 준비 태세. 허나 다 소용없다. 속편답게 더 크고 더 센 놈들이 왔으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지구. 또 여기저기서 영웅들이 기어 나온다.
혹평이 많지만 흥행에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1편을 즐겼던 이들이 좋아할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으니. ‘투모로우’(2004년) ‘2012’(2009년)를 연출한 독일 출신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의 파괴 본능도 여전하다. 좀 엉성하면 어때, 주구장창 신나게 갈기는데. 농담 슬쩍 섞어주다 가족이 최고라고 몇 번 되새긴다. 그렇게 큰 우주선 몰고 와서 외계인 여왕은 왜 홀로 내려 싸우는지 따지지 말자.
타깃도 명확하다. ‘1편 본 분들 다시 오세요’다. 상당수 출연진이 다시 나오는 데다(윌 스미스는 사진만 등장), 전편을 안 봤으면 이해 못할 대화가 오간다.
살짝 안쓰러운 대목도 있다. 전편에서는 무조건 자기들(미국)만 최고라더니 이젠 중국도 ‘따봉’이란다. 우주전투기를 모는 절세미녀(앤절라 베이비)에 달 방어기지 대장도 중국인이다. 달에서 마시는 우유조차 ‘메이드 인 차이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년)만큼은 아니지만 중국을 향한 읍소가 짙게 배어 있다. 그래, 자존심이 어디 밥 먹여주나. ★★☆(별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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