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는 말은 적어도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김혜자(75)·나문희(75)·고두심(65)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흰 머리카락이 늘고 피부 탄력이 예전 만하지 않을지언정, 연기에 대한 열정은 20대 청춘보다 더 뜨겁다. 실제로도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세 사람. 세월 속에서도 당당하고 멋들어진 내면을 지닌 이들이 있었기에 드라마는 7월2일 호평 속에 막을 내리게 됐다.
● 40년 이상의 우정…“한 가족!”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 속 김혜자·나문희·고두심은 9살 터울의 초등학교 선후배다.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많은 시간을 공유해왔다. 대중은 이들의 빈틈 없는 연기력을 드라마 성공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40년 이상 이어온 오랜 인연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세 사람은 1970년대부터 활약하며 함께 호흡해왔다. 당시 MBC 전속 연기자로 활동했던 김혜자와 나문희는 단짝 여고생이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여고동창생’(1976)에서 만났다. 1970년대 ‘디마프’ 버전이라 할 만하다. 드라마를 계기로 두 사람은 우정을 쌓았다. 나문희는 김혜자의 연극 공연을 때마다 찾아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혜자와 고두심은 22년 동안 매주 얼굴을 맞댔다. 1980년 방송을 시작해 2002년 종영한 MBC ‘전원일기’에서 고두심은 김혜자의 큰 며느리로 출연하며 두 사람은 30대와 40대의 세월을 공유했다. 나문희와 고두심은 ‘깍두기’(2007), ‘내가 사는 이유’(1997) 등 다수의 작품에 함께 출연하며 호흡을 맞췄다.
그 인연의 끈은 ‘디마프’로 다시 이어졌다. 28일 모든 촬영을 완료하고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부둥켜안으며 서로의 등을 어루만졌다. 맏언니 김혜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아쉬움을 애써 달랬다.
● 평균 72세…“노장은 살아 있다”
‘디마프’의 중심인 연기자들의 평균 나이는 무려 72세다. 최근 아이돌까지 가세하면서 젊은 연기자들이 독점하고 있는 안방극장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화제와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연기자도 없다. 일반적인 인기드라마 조건의 범주에서도 벗어나 있다.
그러나 보기 좋게 성공했다. 관록의 거장들이 버틴 덕분이다. 이들은 연기력으로 “노장은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틈틈이 운동하고 소식하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가 바탕이 됐다. 느긋하게 대화 한 마디 나눌 여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의 흐름에 맞출 힘이기도 하다.
김혜자와 28년 동안 함께 일을 해온 김성환 대표는 “촬영하는 동안 대본을 손에서 놓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주저 없이 제작진에 연락한다. 그 열정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들을 배려하는 연출자 홍종찬 PD의 촬영 분위기 지휘, 전 세대의 공감을 사는 노희경 작가의 글까지 더해지면서 이들의 연기는 더욱 빛을 발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이들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의 지극히 단순한 요구를 충족시켰다”면서 “스타 마케팅에 치중했던 많은 드라마에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