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불고 있는 영화 재개봉 바람이 과거의 기억을 꺼내게 하는 ‘추억 마케팅’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치밀한 전략 아래 이어지고 있다. 특정한 타깃을 겨냥해 과감하게 극장가 빅 시즌을 공략하기도 하고, 잊혀지는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도 있다.
세계영화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명작 ‘벤허’가 47년 만에 디지털 보정 작업을 거쳐 7월7일 재개봉한다. 1959년 원작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웅장한 배경과 장면을 현재의 기술력으로 정교하게 복원했다.
사실 ‘벤허’의 재개봉은 단순히 업그레이드한 화질을 보여준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전략과 계산이 숨어 있는 선택으로 더 주목받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개봉 시기. 극장가 연중 최대 성수기로 통하는 7월에 출사표를 던지고, 휴가철 극장으로 몰리는 중장년 관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동시에 20∼30대 관객에게도 작품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두 달 뒤인 9월 ‘벤허’의 리메이크 버전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방식을 택한 영화는 또 있다.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 가운데 최근작인 ‘본 얼티메이텀’이 9년 만인 7월14일 재개봉한다. 재개봉임에도 극장가 성수기를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보름 뒤인 7월28일 새로운 시리즈물 ‘제이슨 본’의 개봉을 앞둔 전략이다. 비운의 첩보원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활약을 그린 영화는 각 편이 연속성을 갖는 만큼 제작진은 관객에 앞선 이야기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시리즈의 부활까지 알린다.
물론 앞선 ‘흥행 공식’을 따르는 영화도 있다.
29일 재개봉한 ‘500일의 썸머’는 지난해 재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이터널 선샤인’과 더불어 2000년대 대표적인 멜로영화로 꼽힌다. 더욱이 7∼8월 개봉 영화 가운데 정통 멜로 장르가 없다는 점에서 그 선전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는 소규모 상영관에서 공개될 예정이지만 29일 오후 3시 현재 예매율 7위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