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의 지나친 흥행 경쟁 속에 ‘나우 유 씨 미2’와 ‘부산행’(오른쪽)의 투자배급사가 실질적인 개봉과 다르지 않은 ‘유료 시사회’를 열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NEW
‘나우 유 씨 미2’ 일정 바꿔 화요일 개봉 “시장 질서 교란” 화요일 금지 합의 무시 ‘부산행’ 개봉 한 주 앞서고 유료시사회 전국 주말 상영관 싹쓸이…말만 시사회
공정 거래는 뒷전이다. 예년보다 대작이 몰린 올해 7월 극장가 흥행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관객을 미리 차지하고 화제를 선점하려는 일부 투자배급사가 개봉 일정을 갑작스럽게 바꾸거나 유료 시사를 명분으로 하는 ‘변칙 개봉’에 나서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자사 영화의 흥행만 바라는 이기주의와 과욕이 더해져 시장질서가 혼탁해진다는 비판은 더욱 커진다.
13일 개봉하려던 ‘나우 유 씨 미2’가 일정을 하루 앞당겨 화요일인 12일 공개한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10일 “관객의 반응을 살피려는 모니터링 차원의 화요일 전야 개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앞서 개봉한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2007년 ‘스파이더맨3’가 화요일 개봉해 논란을 빚은 이후 이 같은 방식이 극장가에서 사리진 것도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영화계의 비판적 공감대가 작용했기 때문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유료 시사회’를 빙자한 사실상 변칙 개봉도 과열 양상을 빚어내고 있다. ‘나우 유 씨 미2’는 개봉을 불과 2∼3일 앞둔 주말인 9일과 10일 ‘시사회’를 진행해 이틀간 약 17만명을 동원했다. 정식 개봉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배우 공유가 주연한 영화 ‘부산행’은 더 노골적이다. 투자배급사 NEW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감지하고 개봉일인 20일보다 한 주 앞선 주말인 15일부터 17일까지 대대적인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다.
그동안 일부 대작이 개봉 전 입소문을 위해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부산행’의 경우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16일과 17일에는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극장에서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대 상영관을 대부분 차지했다. 그 결과 10일 오후 4시 현재 예매율은 4위까지 올랐다. 이쯤 되면 시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변칙 개봉에 따른 직격탄은 소위 ‘작은 영화’가 맞고 있다. 일찌감치 13일 개봉을 확정한 강예원 주연의 ‘트릭’, 외화 ‘데몰리션’ 등은 상영관 확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심각성은 이 같은 흐름이 향후 극장가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다. 올해 여름 흥행이 절실한 한국영화는 ‘부산행’을 포함해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까지 총 네 편. ‘부산행’의 변칙 개봉 방식을 다른 영화가 답습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올해 여름 한국영화의 개봉이 사실상 한 주씩 앞당겨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짚었다.
사실 변칙 개봉 논란은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를 둘러싸고 제기됐다. 2014년 7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 개봉 일정을 일주일 앞당기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성명을 내고 “시장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제 그 대열에 ‘부산행’ 등 한국영화가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