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닷새째 500만 돌파… ‘부산행’ 흥행몰이의 두 주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영화 ‘부산행’의 흥행 열기가 뜨겁다. 개봉 닷새째에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기준 이 작품의 누적 관객은 531만5567명. 역대 한국 영화 관객 1위 ‘명량’(2014년·1761만 명)보다 빠른 속도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주연 배우 공유를 만났다.》
 
○연상호 감독 “첫 토종 좀비물의 약진, 새 장르 갈증 덕분이죠”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아내도 지금의 흥행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아내도 지금의 흥행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00만 관객이라니…. 숫자는 솔직히 관심 없지만 기분은 좋아요. 토요일엔 배우들과 한잔 했습니다.”

영화 속 KTX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흥행 중인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38)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 감독은 “지금 부산행의 인기를 보면 중학교 때 개봉한 ‘터미네이터2’가 떠오른다”고 운을 뗐다. “영화를 잘 안 보던 사람들까지 터미네이터 얘기를 하고, 영화 한 편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기억이 나요.”

이 작품은 그의 실사(實寫) 영화 첫 도전작이다. 이전 작품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년)과 ‘사이비’(2013년)는 합해 4만1410명의 관객이 드는 데 그쳤다. 반면 부산행은 개봉 전부터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개봉 이후 첫날 관객 신기록, 하루 관객 신기록, 역대 최단 500만 관객 돌파 등 과거 기록을 연일 바꾸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했던 좀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비결이 뭘까. 연 감독은 “앞서 흥행한 ‘곡성’과 ‘아가씨’를 봐도 새로운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이 확실히 있다”고 짚었다. “부산행은 좀비라는 이질적인 장르에 매우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아 낸 영화죠. 그게 영화의 콘셉트예요. 메시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데, 딱히 한 방향으로 의도한 건 아니고요.”

연 감독은 명장면으로 악역인 용석(김의성)이 탄 칸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주인공 석우(공유) 일행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인간의 이기주의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좀비가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지지만 ‘차라리 좀비가 되는 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인간끼리의 처절한 반목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것.

가장 아끼는 캐릭터도 용석이다. “다른 악역과는 달라요. 근본적으로 악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공포심에 사로잡힌, 악해진 보통 사람인 거죠. 똑같이 공포심에 사로잡힌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에 의해 탄생하는 악의 캐릭터라는 것도 흥미롭고요.”

첫 실사 영화가 ‘대박’이 난 만큼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다음 달 18일에는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한다. 다음 실사 영화는 키치(kitsch)적 느낌이 강한 블랙코미디 장르를 기획 중이다. “벌써 시나리오 두 개 반을 써놨어요. 근데 좀비 영화는 더 이상 안 하려고요. 누가 그러던데요. 문익점이 우리나라에 목화씨를 들여왔다면 연상호는 좀비를 들여왔다고요. 그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웃음)” 
○배우 공유 “아빠 역이 어색하다니 장가는 꼭 가야겠네요”

영화 ‘부산행’은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공유는 “칸보다 한국에서 시사회 할 때 더 떨렸다. 숙제 검사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호호호비치 제공
영화 ‘부산행’은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공유는 “칸보다 한국에서 시사회 할 때 더 떨렸다. 숙제 검사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호호호비치 제공
“어쩌면 전 주인공 석우 같은 부류의 사람이에요. 극한 상황에서 얼마나 이타적일 수 있을까요? 뒤에서 좀비가 쫓아오고 앞에선 문을 닫으라며 아우성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생존의 위협 속에서 누구라도 문을 닫아버리고픈 유혹에 빠질 겁니다.”

폐쇄된 열차 안에서 벌어진 좀비의 공격. 영화 ‘부산행’에서 이는 끊임없이 인간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공유(37)는 자신이 맡은 주인공 석우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란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극 중 부적절한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펀드매니저 석우는 딸 수안(김수안)을 보호하려는 부성애 때문에 인간성을 되찾는다. 하지만 잘생기고 훤칠한 외모 탓일까. 스크린 속 ‘아빠’ 공유는 어색해 보였다.

“간접경험의 한계겠죠. 이전에도 아빠 역을 안 한 건 아닌데…. 여전히 부족한 걸 스스로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가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실제로 공유는 영화 ‘도가니’(2011년)와 ‘용의자’(2013년), ‘남과 여’(2016년)에서도 아빠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부산행은 아빠 역할이 전면에 등장한 작품이다.

“석우는 딸에게 ‘지금 같은 때는 자기 자신이 제일 우선’이라고 가르치잖아요.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나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촬영 내내 그 생각이 머리를 많이 어지럽혔어요.”

전작 애니메이션에서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드러내온 연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엷은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감독님 전작을 봤을 때는 솔직히 ‘참 피곤한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실없는 사람이더군요.(웃음)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칼날을 감추고 있더라고요. 평소엔 잘 드러내지 않다가 작품에서 그 날카로움을 여지없이 보이는 거죠.”

하지만 연 감독의 전작에 비하면 부산행은 날이 서 있진 않다는 평도 있다. 초반엔 복합적인 면모를 지녔던 인물들이 갈수록 선과 악으로 극명하게 갈리거나 극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먼저 도우려는 몇몇 비현실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신파’로 흘렀다는 평가도 있다. 공유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저도 신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도와줘라’와 같은, 예전 같으면 당연했을 미덕들이 지금은 유치한 신파로 받아들여져요. 그게 정말 슬픈 일 아닐까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부산행#공유#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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