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틋’ 정수교, 울산 청년의 성공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0일 09시 00분


연기자 정수교.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연기자 정수교.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뽀글거리는 헤어스타일, 살집 있는 몸매, 구수한 사투리까지 ‘쓰리 콤보’다.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이보다 나을 수 없다.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신준영(김우빈)의 매니저인 장국영을 연기 중인 정수교(29)의 첫 안방극장 모습이다.

서른을 코 앞에 두고 드라마 첫 도전, 주위에서는 ‘데뷔 시기가 조금 늦지 않았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제 기준으로는 이 정도면 빠르다”며 웃는다.

이쯤 되면 연기자를 꿈꾸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온 울산 청년의 성공기다.

운동을 좋아하고 그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던 정수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체대 입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실기에서 떨어져 불확실한 미래에 1년의 방황을 마치고 21살에 무작정 상경했다.

당시의 기억에 그는 “서울에는 정말 높은 건물이 많더라”며 “자랑은 아니지만 지하철 타고 내리는데 단 한 번도 헤맨 적 없다”며 으쓱했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뒤였다. 말주변이 좋아 어렸을 때부터 “끼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웃고 우는 등 반응이 신기하고 즐겁기만 했다. 이 감정이 그를 연기자의 길로 이끌었다.

2008년 용인대 연극학과에 합격했다. 외부활동을 금지한 학교에서 4년 동안 단편영화 등에만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2년에 졸업하고 1년 만에 영화 ‘친구2’에 캐스팅되는 기회를 잡았다. 그의 데뷔작이다.

처음이라 그랬을까. 정수교는 ‘친구2’를 통해 설렘의 기분이 끝나기 무섭게 아쉬움에 사로잡혔다. 이후 영화 ‘빅매치’ ‘쎄시봉’ ‘오빠생각’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현장에서 자신 이외에 시선을 두는 방법을 익히게 됐다.

그러나 첫 드라마인 ‘함부로 애틋하게’는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왔다.

“지난번에 운동하러 갔는데 재방송을 하더라. 요즘은 채널도 많다보니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공개돼 책임감이 더 커진다. 저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거나 집중이 분산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강해졌다.”

시청자의 공감을 사는 것이 최우선이다. 정수교는 극중 캐릭터를 위해 18kg나 체중을 늘렸다.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이미지가 시너지 효과”를 준다는 판단에 촬영 전부터 “누워서 먹기만” 했다.

연기자 정수교.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연기자 정수교.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다행히 사투리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에는 “표투리(표준어+사투리)”를 구사하려고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에서는 순도 100% 경상도 사나이다. 표준어를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말을 하면 사투리의 흔적이 남아 말수가 없어지는 역효과만 생겨 생각을 고쳤다.

“억양을 줄이려다보니 연기를 신경 쓰지 못하게 되더라. 사투리를 숨기려고 말을 빨리 해 대사 전달이 안됐다. 생각해보니 서울사람들도 다 같은 표준어가 아니고, 고향 친구들의 사투리도 다 다르더라. 대신 단어와 어미 선택만 확실히 하자고 결정했다. 제작진과 대중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사투리는 “시간에 맡기”고, 연기는 3년 전보다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나아질 일만 남았다. 자신과 치열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지만 여자친구의 존재만으로도 마음은 든든하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여자친구와는 8년째 열애 중이다.

그는 “서울에 처음 올라와 지금까지 제 옆에서 힘이 돼줬다. 저보다 그 친구가 더 고생했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현재 영화 ‘마스터’ 촬영에 한창인 정수교는 작품 안에서 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작가가 만들어준 캐릭터를 그 의도에 맞게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목표다. 제 아무리 독특한 캐릭터일지라도.

“작품 속 제 모습을 보고 ‘내 주변에 저런 애 꼭 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싶다.”

스포츠동아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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