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드라마에서 활동해온 박지영이 25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의 여왕’(제작 광화문시네마)으로 관객과 만난다. 사실상 홀로 이야기를 이끌며,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탐정’처럼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범죄의 여왕’은 새로운 스타일을 원하는 관객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만한 영화다. 스릴러는 한국영화에서 흔한 장르이지만 자신을 ‘아줌마’로 소개하는 불혹의 여배우가 주축이 돼 사건을 풀어가는 작품은 드물다. 실험적인 시도도 돋보인다. 제작비가 4억원에 불과한 저예산영화라는 사실은 박지영의 맹활약 앞에 중요치 않다.
박지영은 장편영화 연출이 처음인 이요섭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고 단숨에 읽었다. 아직 검증받지 않은 신인감독의 출연 제안이었지만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반가운 이야기”라고 여기며 주저 없이 응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극중 인물과 실제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생각했다”는 이요섭 감독은 앞서 ‘하녀’, ‘후궁’ 등 영화에서 짧은 장면으로도 카리스마를 발휘한 박지영을 떠올렸다. 이요섭 감독은 “박지영이 영화 속 캐릭터와 많이 닮았다는 걸, 촬영하면서 더 느꼈다”고 말했다.
‘범죄의 여왕’은 지방 소도시에서 불법 미용시술로 돈을 버는 미용사 아줌마가 고시원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아들 앞으로 수도요금 120만원이 청구되자 급히 상경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다. 개인주의에 빠져 사는 고시원 사람들 앞에 ‘오지랖 넓은 아줌마’가 나타나면서 생겨나는 균열,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세태 풍자도 영화의 개성을 도드라지게 한다.
‘범죄의 여왕’은 1989년 연기를 시작한 박지영이 보여주는 가장 과감한 연기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데뷔 18년 만인 2007년 송강호와 함께 한 ‘우아한 세계’를 통해 영화와 처음 인연을 맺은 박지영은 손에 꼽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다. 박지영은 “비호감이 아닌 우리 옆집에 있을 법한 아줌마로 보이려 했다”며 “의식이 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해 연기했다”고 밝혔다.
상대역인 조복래, 이솜 뿐 아니라 감독과 스태프까지 전부 20∼30대로 이뤄진 탓에 박지영은 촬영장에서 ‘고참’ 역할도 맡았다. 부담은 없었다. 박지영은 “기존 상업영화와 달리 아이디어가 샘솟은 촬영현장”이라고 돌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