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케이팝 시들? 에이핑크-AOA 있잖아!

‘우리가 책임진다!’ 일본 한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우려를 사고 있는 가운데 에이핑크(위)와 AOA가 걸그룹의 파워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동아닷컴DB

지난 1년간 오리콘 주간차트 ‘톱10’
최근 ‘서머타임!’ ‘굿럭’도 각각 2·3위
내년 1회 1만명 ‘아레나급 투어’전망

에이핑크와 AOA가 꺼져가던 일본 내 ‘케이팝 걸그룹’ 열기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2014년 10월 나란히 일본시장에 진출한 에이핑크와 AOA는 지난 1년간 오리콘 주간차트 톱10에 이름을 올려온 ‘유이’한 한국 걸그룹이다. 2015년 8월 첫째 주부터 2016년 8월 셋째 주까지 오리콘 싱글 및 앨범 주간차트를 살펴보면,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여자가수는 AOA와 에이핑크 뿐이다.

에이핑크는 일본 데뷔 후 발표한 ‘노노노’ ‘미스터 츄’ 등 6장의 싱글과 1장의 앨범을 모두 오리콘 주간차트 10위권에 올려놓고 있다. ‘미니스커트’로 일본 공략을 시작한 AOA 역시 ‘사랑을 주세요’ 등 1장의 정규앨범과 5장의 싱글로 모두 톱10을 경험했다.

두 팀의 최근 음반은 나란히 3일 발표한 ‘서머타임!’과 ‘굿럭’으로, 첫 주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에서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당시 1위는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 NMB48. 에이핑크와 AOA의 아래로 톱10에는 현지 유명 밴드 와니마, 글레이 등이 자리했었다. 일본 음악계에서는 일간차트보다 주간차트 성적에 의미를 부여한다. 두 팀 모두 주간차트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2위까지 오르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두 팀은 아직까지 주간차트에서 1위를 해보지 못했고, 소녀시대와 카라와 같은 엄청난 센세이션은 없지만, 소녀시대와 카라 이후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빠진 일본 케이팝 걸그룹 열풍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욱이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냉각된 한일관계로 인해 한국 가수들의 현지 지상파 방송 출연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에이핑크와 AOA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2010년대 초반까지 투애니원, 티아라, 시크릿, 애프터스쿨, 에프엑스 등 국내에서 웬만큼 인기를 얻은 걸그룹들은 대부분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한일관계가 냉랭해지면서 국내 걸그룹의 현지 활약이 특히 뜸해졌지만 에이핑크와 AOA만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후발주자들도 큰 관심을 모으는 효과가 있었다. 나란히 영문 알파벳 A로 시작해 ‘A 시스터즈’로도 불리는 에이핑크와 AOA 두 팀의 활약으로 일본 진출을 계획 중인 다른 걸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AOA는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며 보여준 다채로운 매력, 건강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에이핑크는 청순하면서도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외형적인 면에서 AOA는 카라, 에이핑크는 소녀시대에 비견된다.

에이핑크와 AOA가 일본에서 현재와 같은 인기를 유지한다면, 내년부터는 1회에 1만명 이상 동원하는 아레나급 투어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