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따위를 휘두르며, 남에게 못된 짓을 일삼는 불량배’. 두산동아 새국어사전에 오른 ‘깡패’의 의미 풀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깡패’를 입력하면 관련된 어휘로 ‘어깨’ ‘악당’ ‘폭력배’ ‘무뢰한’ ‘건달’ ‘싸움패’ ‘불량배’ 등 대부분 부정적인 무리를 일컫는 단어들이 소개된다.
이 ‘깡패’가 요즘 가요계에서는 유행이다. ‘음원깡패’ ‘음색깡패’ 등의 수식어가 박효신부터 크러쉬 자이언티 십센치 어반자카파 태연 등 발라드 힙합 인디밴드 등 장르와 부류를 막론하고 실력이 출중한 아티스트에게 붙는다. 문제는 ‘깡패’라는 표현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이다. 음원차트에서 성적이 좋거나, 음색이 매력적인 경우 ‘깡패’를 접미사처럼 붙여 칭송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힘이 세다’는 의미에서 ‘깡패’라는 표현을 가져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과연 ‘강하다’는 상징으로 ‘깡패’를 가져오는 것이 적절한 비유인가. 이는 몇 가지 위험성이 따른다. 첫째, 강한 것이 미덕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 음원차트를 지나칠 정도로 많이 점령하거나, 순위를 마구 바꿔놓을 만한 영향력을 보이는 등 특이한 현상을 보이는 경우 칭찬의 의미로 ‘깡패’를 사용하고 있는데, ‘못된 짓을 일삼는’ 깡패를 음원차트에서의 선전(善戰)에 빗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둘째, 폭력이 ‘강함’의 상징이 될 수 있는가. 폭력 혹은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무리를 일컫는 단어가 우수한 성적이나 실력의 표상처럼 여겨지는 것은 마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셋째,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다. ‘음색깡패’는 형용사가 아닌 명사(음색)가 명사(깡패)를 수식해 의미가 모호하다.
사실 이처럼 부적절한 언어 사용은 비단 ‘음원깡패’만은 아니다. ‘결정장애’(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일컫는 속어)처럼 장애를 비하하는 경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핵꿀잼’(매우 많이 재미있음)과 같은 말도 아마 ‘핵폭탄급 꿀같은 재미’라는 의미일 텐데, 핵폭탄과 같은 무시무시한 무기를 재미에 결합시키는 언어유희는 지나치게 창의적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 사회를 살아가는 실제 사람들의 정서와 습관을 고려해 언어가 생겨나기도 한다. 일례로, ‘셀피’(selfie)는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올해의 단어’에 선정되는 동시에 옥스퍼드 사전에 정식으로 등록되었다. 마찬가지로 ‘걸크러시’(girl crush)처럼 ‘소녀’와 ‘반하다’를 결합한 신조어도 세태를 반영해 두루두루 쓰인다. 그렇다고 깡패까지 친근하게, 미화시켜 쓸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