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승원 “따뜻함으로 버틴 전국 8도 촬영…강 감독님, 고마워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6일 06시 57분


차승원은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찍으며 “목표를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를 맡겼다”고 말했다. ‘나이 듦’과 ‘강우석 감독’ 덕분이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차승원은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찍으며 “목표를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를 맡겼다”고 말했다. ‘나이 듦’과 ‘강우석 감독’ 덕분이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차 승 원

아무리 자기관리 철저한 톱스타라고 해도 40대 중반의 남자가 몸에 꽉 붙는 스키니진을 입고 맵시를 뽐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배우 차승원(46)은 다르다. 외모도 마음도 도무지 나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스키니진을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차승원은 진중하게 7일 개봉하는 새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제작 시네마서비스)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진지했지만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모습. “연기할 때도, 일상에서도 목표점을 정해 달려갔다”는 그는 “이번 영화 작업에서는 굳이 목표를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를 맡겼다”고 했다.

차승원은 그 변화의 이유로 ‘나이 듦’과 ‘강우석 감독’을 꼽았다.

“지금은 나아가는 것보다 지난 과정을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돌아봐야 앞으로의 내 모습을 구상할 수도 있지 않겠나. ‘고산자’를 함께 한 강우석 감독을 향한 믿음도 중요했다. 감독이나 제작자의 역할을 넘어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 나를 따뜻하게 자극했다.”

차승원의 변화는 ‘고산자’에서 더 뚜렷하게 목격된다. 영화는 조선후기 지리학자 김정호의 삶을 그린다. 188cm 장신의 그가 뚜벅뚜벅 걷는 힘찬 모습에서는 전에 없던 힘이 느껴진다.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의지가 꺾일 때 내뱉는 울부짖음은 차승원이 맞나 싶을 만큼 새롭다.

외세 침략 등 혼돈의 시대를 살다간 탓에 김정호에 대한 역사의 기록은 거의 없는 상황. 그 역을 맡은 차승원 또한 처음엔 막막했다. 하지만 부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작진이 꼼꼼하게 설계한 김정호의 삶에 망설임 없이 빠져들었다.

“역사 학자들의 도움 속에 김정호를 드라마틱하게 그리려 했다. 그는 과연 온전한 생각을 가졌을까. 지도에 미친 사람이 아닐까. 지도를 향한 열정을 뺀다면 모든 것이 허술하지 않을까. 여러 면을 상상했다.”

배우 차승원.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배우 차승원.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정호의 궤적을 따라 차승원도 백두산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을 직접 밟았다. 그렇게 사계절 한반도의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몸 고생’이 짐작되는 대목. 하지만 차승원은 “고생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도 현장에서 한 번도 삐걱대지 않았다. 철저한 사전답사가 있어 가능했다. 사실 1년간 전국의 풍광을 담는 시도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 신념을 지켰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흔들림 없는 힘을 가진 영화다.”

왜 지금, 김정호를 주목해야 할까. 이는 처음 차승원이 가진 질문이다.

“김정호가 종이가 아닌 목판에 지도를 새긴 이유가 뭘까. 많이 찍어서 나눠주려 한 거다. 9월에 접어든 지금까지, 올해 기분 좋은 뉴스를 본 기억이 없다. 이런 시대에 김정호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고 싶다.”

확신에 차 자신의 길을 걷는 김정호처럼 차승원도 흔들림 없이 연기만 고집했다. 그런 차승원을 따르는 후배도 여럿이다. 배우 김우빈도 그 중 한 명이다.

“후배들이 날 어려운 선배로 느끼는 순간 관계는 멀어진다. 그들에게 난 충분히 어른이다. 굳이 선배처럼 구는 게 무슨 의미일까. 어렵지 않은 선배로 나이 들고 싶다.”

차승원은 출연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시리즈에서도 이렇게 ‘담백한’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애써 꾸미지 않는 태도는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삼시세끼’에서도 요리로 더 많은 걸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된장찌개, 수제비 같은 일상의 음식을 시청자는 더 좋아한다. 익숙함에는 그만한 미덕이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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