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시청률 20% 공약 팬사인회 10대 학생부터 40대까지 구름인파 행사 30분 지연·준비 미숙 ‘옥에 티’
완연한 가을이지만 그늘을 찾고 싶을 만큼 햇볕은 뜨거웠다. 그러나 누구 하나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행사가 시작 되기만을 기다렸다. 8월부터 두 달 동안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며 18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의 주역인 박보검 김유정 곽동연 진영의 팬사인회 현장은 5000명(경찰 추산)의 열기로 가득했다. 극중 의상을 입고 등장한 박보검은 “공약을 이행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시간과 장소 여건상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것 같지만 서운해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 10대부터 40대까지 “박보검 보자”
19일 서울 세종로 경복궁은 오전부터 떠들썩했다. 경복궁 내 흥례문 광장에서 시청률 20% 달성(9월12일 7회 20.4%) 팬사인회 공약을 실행하는 날이라, 이른 시간부터 팬들이 모여들었다. 사인회 참석자는 14일부터 이틀간 드라마 홈페이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페이스북에 응모한 시청자 200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했다.
당첨자 중 번호표 1번을 받은 20대 여성은 “연기자 지망생인데, 박보검과 김유정의 연기를 보고 더욱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태백에서 졸업여행을 온 여중생들은 “선생님들이 경복궁을 일정에 넣어주셨다”며 “박보검의 ‘순둥이’ 매력에 3학년 모두가 좋아한다”며 까르르 웃었다.
이밖에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하고 온 여고생, 새벽 5시에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여대생, 시선을 끌기 위해 한복을 입은 사람 등이 박보검을 보기 위해 열의를 보였다. 유일한 남성 참석자는 아내를 위해 연차를 내고 줄을 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10∼20대뿐만 아니라 30∼40대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구르미’가 10월까지 방송한 드라마 중 상반기 ‘태양의 후예’(38.8%)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23.3%)을 기록하며 전 연령층에서 호응을 받은 성과다.
청주에서 온 40대 여성은 “박보검이 1993년생이고, 나는 93학번”이라며 “어린 친구의 연기를 보며 행복했다”고 미소 지었다. 경기 안양에서 언니와 함께 온 40대 여성도 “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나만의 ‘힐링 타임’이었다”며 “보고 있으면 그저 기분이 좋다”고 했다.
● 행사 지연·진행요원 고성·준비 미숙 “잔칫날 옥에 티”
사인회는 드라마에 많은 성원을 보내준 데 대한 감사의 자리였지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행사는 예정시각보다 약 30분이 지나서야 시작했다. 당첨되지 못한 팬들은 사인회 시작 2시간 전부터 행사장 앞에 진을 치고 기다렸다. 또 사인회 장소까지 연기자들이 걸어서 이동하는 30m 남짓한 길에도 시민 200여명이 몰렸다. 행사장이 혼잡을 빚자 진행요원은 고성을 지르고,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진행요원의 역할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도 많은 고궁 내에서 여러 사람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주최 측은 급히 20여명의 경찰 병력의 도움을 받았다.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행사가 시작한 뒤에야 뒤늦게 대처하는 미숙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