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31일이 되면 방송가에서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라디오 등 전파매체들은 으레 어느 한 곡을 집중적으로 틀어댄다. 노래를 부른 가수를 초대하거나, 전화로 인터뷰한다. 내용은 십수년째 같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지만 마치 새로운 이야기인 양 묻고 답한다.
‘잊혀진 계절’ 얘기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되는 노래의 원래 가사는 ‘9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작사가 박건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노래이며, 애초 작곡가 이범희가 조영남에게 주려 했던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용은 매년 이날 내용을 들려준다.
‘잊혀진 계절’은 1982년 발표됐지만, 여전히 강력한 생명력으로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이 오면 다시 살아 숨쉰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틀 텐데, 나도 틀어야 하나 싶지만 안 틀면 찜찜하다”고 말한 어느 라디오 PD의 고백처럼 이상한 마력을 지녔다.
살면서 누구나 겪었을 이별의 아픔이라는 보편적 소재가, 가을이라는 계절의 정서와 잘 맞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멜로디로 구현되면서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는다. 이용 자신도 “전주부터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고, 노랫말에 사람들이 깊은 공감을 느낀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덕분에 이용에게 매년 10월31일은 가장 바쁜 날이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잊혀진 계절’을 부른다. 그는 “하루 저녁에 8번 부른 적도 있다”고 할 정도다. 노래 하나가 만들어내는 풍경치고는 대단하다.
방송횟수 집계사이트 ‘차트코리아’에 따르면 ‘잊혀진 계절’은 서비스를 시작한 2002 년부터 작년까지 14년간 10월31일자 일일 방송횟수 차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가장 많이 방송된 해는 2007년으로 131회나 전파를 탔다. 하루 100회를 넘긴 날도 모두 4회(2011년 103회, 2008년 114회, 2007년 131 회, 2006년 103회)에 이른다. 작년에도 70회로 1위. 2위인 빅스 ‘에러’가 11회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잊혀진 계절’처럼 가사나 제목에 날짜가 들어가는 다른 곡들도 많지만 유독 이 노래만 특정한 날에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매년 찾아오는 10월31일, 노래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