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수다①]솔비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게 엉뚱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4일 06시 57분


솔비의 직업은 가수, 화가, 작가, 연기자…. 앞으로 더 늘어날지 모른다.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척척 해낸다. ‘혼밥’과 ‘혼술’도 즐길 줄 안다. 연애는 당분간 생각 없다는데 “마음을 비우면 꼭 대시하는 남자들이 생긴다”며 웃는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솔비의 직업은 가수, 화가, 작가, 연기자…. 앞으로 더 늘어날지 모른다.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척척 해낸다. ‘혼밥’과 ‘혼술’도 즐길 줄 안다. 연애는 당분간 생각 없다는데 “마음을 비우면 꼭 대시하는 남자들이 생긴다”며 웃는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솔비의 솔직발랄, 그리고 세련된 매력

솔비(32)가 바뀐 걸까. 솔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걸까.

불과 몇 년 전까지 안티 팬에 시달리며 맘 고생하던 솔비가 이제는 가는 곳마다 환호를 받는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세상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라는 설명. 하지만 솔비도, 세상도 바뀐 게 맞다. 솔비는 자신의 재능을 다듬어 드러낼 줄 아는 노하우를 쌓았고, 세상은 그의 ‘진심’을 들여다 볼 준비가 됐다. “그만 하자”고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 이번 ‘여기자들의 수다’ 인터뷰는 두세 시간 더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오후 6시에 만난 솔비와 밤 9시에 헤어졌다. “전화통화는 싫지만 마주보며 하는 수다는 정말 좋다”는 그는 솔직하고 발랄했다. 세련된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 뭐라고 불러야 하나. 가수, 화가, 작가로 활동한다. 24시간이 모자랄 텐데.

“아이돌에 비하면 아호∼, 아무 것도 아니지. 옛날엔 하루 스케줄 6∼7개씩 소화했다. 하지만 억만금을 준다 해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물론 감사한 일이지. 하지만 내 자신이 없어진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잖아. 나는 가수 솔비이지만 권지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이기도 하다.”

- 활동이 부쩍 늘었다.

“지금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뜻 맞는 사람끼리 모인 크루다. 매니저 일을 처음 하는 대표와 하다보니, 답답할 때도 좀 있다. 하하! 한 번은 광고회사에서 매니저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구굴에서 검색해 연락을 해온 적도 있다. 일이 늘어난 건 예능프로그램 출연 덕분이다. 작년 10월 ‘무한도전’으로 시작해 ‘라디오스타’로 큰 덕을 봤다. 그림으로 전시회도 열고, 에세이도 냈다.”

- 재능을 여태까지 감추고 살았나보다.

“감춘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발굴한 거다. 하하! 새로운 나를 찾으려 시작한 게 그림과 글이다.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서 책도 많이 보려고 한다. 쓰다보니 ‘내가 글 쓰는 재주가 있네?’ 싶고. 쓰다보니 과거의 나도 돌아본다. 자기방어가 강했다. 남에게 지지 않고, 약해보이지 않으려 그랬던 것 같다. 지금? 굳이 안 그래도 된다는 걸 깨달았지.”

“예전엔 봉사활동 해도 괜히 위축됐는데 이젠 다르다
내가 해야 할 몫이 있고…진심은 전달되니까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 등 연예인이란 파급력 긍정적으로 쓰고 싶어”

“결혼? 뻔한 말이지만, 친구 같은 사람 원해
사랑은 기본. 존경할 수 있어야 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면 좋겠다. 일에 지쳐 사는 사람은 싫어∼”

솔비는 “2010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때부터 2∼3년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일종의 슬럼프였다.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법.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고 어머니의 건강도 악화했다. 집엔 도둑까지 들었다. 그 전까지 사 모았던 고가의 명품들을 한꺼번에 모조리 잃었다.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전부 눈앞에서 사라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했다.

“명품은 결국 내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명품 쇼핑을 멀리한다. 요즘엔 백화점도 안 가고, 잡지도 안 본다.”

‘물욕’이 줄어든 대신 다른 욕심이 늘었다. 그림도 그 중 하나다. 작가로 나름 성공적인 활동을 펼치는 그는 올해 3월 개인전을 열었고, 9월에는 금속활자 직지를 접목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림을 시작한 지 6년이 됐다. 그림을 그리면 내가 누군가를 이해시키지 않아도 된다. 자유롭게 나를 표현할 수 있다. 나와 그림만 아는 암호라고 할까.”

가수 솔비.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가수 솔비.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상당히 독립적인 성격 같다. 혼자 여행도 해봤나?

“잘 다닌다. 예전엔 누군가에게 많이 기댔지만 이젠 스스로 한다. 29살 때 한 달 동안 전국 여행을 했다. 서른살이 되기 전 이뤄야 할 나만의 버킷리스트였다. 힘든 마음을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발악하던 때였는데, 가장 두려운 일부터 해보자고 결심하며 떠난 여행이다.”

- ‘혼밥’, ‘혼술’ 해봤나?

“그럼! 혼자 하는 건 뭐든 용기가 필요하다. 혼자 영화도 자주 본다. 요즘 세균에 관심이 많은데 며칠 전에 본 영화가 마침 세균을 소재로 한 ‘인페르노’였다. 정말 재밌다. 강추!”

- 버킷리스트는 전부 이뤘나.

“총 10개인데 절반쯤 했다. 혼자서 전국 여행, 책 출간, 스카이다이빙, 자작곡 발표. 남은 건? 40살 되기 전에 스쿠버다이빙, 50살 되기 전에 유럽 여행.”

- 여전히 남아있는 ‘엉뚱한 솔비’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예전에는 엉뚱하다는 평가에 위축됐다. 사람들은 날 보면서 항상 물음표를 달았다. ‘쟤 왜 저래?’ 진짜 이해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나는 모르는 게 있다면 모른다고 말한다. 모르는 걸 물어보는데, 사람들은 그때마다 나를 바보 취급한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됐다. 지금도 나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한다. 그렇게 배워가고 있다. 나는 엉뚱해도 돼. 하하!”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솔비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 ‘파인드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10년 넘도록 찾지 못하는 자녀를 그리워하는 부모의 사연을 접한 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활동이다. 최근에는 이를 알리는 노래 ‘파인드’도 발표했다. 12월에는 ‘손 모아 장갑’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일명 ‘벙어리장갑’이란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출발한 ‘이름 바꾸기’ 운동이다.

- 우리가 솔비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 왠지 미안하다.

“괜찮다. 하하! 예전엔 일부러 내 모습을 숨겼다. 약해보이지 않으려고. 봉사활동을 해도 괜히 마음이 위축됐다. 남들이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생각할까봐. 내 시선에 나를 가둔 거지. 이젠 다르다. 확신이 있다. 내가 해야 할 몫이 있고, 진심은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연예인이란 직업이 만든 파급력을 긍정적으로 쓰고 싶기도 하고.”

- 솔비의 하루는 어떻게 되나?

“일찍 잔다. 10시에 일단 눕는다.(웃음) 일이 없으면 집에 머문다. 밤에 돌아다는 거, 너무 싫다. 아무래도 어릴 때 많이 놀아서 그런가?(웃음). 이제 노는 건 재미없다. 집에 가면 휴대전화도 ‘비행기모드’로 바꾼다. 전화 받는 것도 싫어서. 문자메시지로도 충분하잖아.”

- 혼자 사는 모습을 TV로 공개할 생각은?


“에이. 내 생활을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까? 예능프로그램은 부담이다.”

- 얼마 전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솔비가 꿈꾸는 결혼은 어떤 모습인가.

“뻔한 말이지만, 친구 같은 사람을 원한다. 사랑? 그건 기본이지. 그래도 사랑만 갖고 살고 싶지 않다. 존경할 수 있어야 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면 좋겠다. 일에 지쳐 사는 사람은 싫다. 조금 모자라도 시간 많은 사람이 좋다.”

- 공개연애를 할 생각은?

“절대 없지. 공개연애하면 남의 시선 때문에 헤어질 것 같다. 연애는 일이 아니니까. 자유롭게. 침해받으면 안 되잖아. 지금은 결혼보다, 연애보다 일이 먼저다. 결혼은 모든 게 아쉽지 않을 때, 오직 남편에게만 집중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할 때나 외로울 때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다가 이렇게 마음을 비우면 꼭 남자들이 대시한다. 하하!”

올해 초 솔비는 한 행사장에 갔다가 소원을 적는 카드를 받았다. 그 카드에 ‘2016년은 솔비의 해로 만들어 달라’고 썼다. 그 소원은 이뤄졌다.

- 올해 데뷔 10주년이다.

“내년에는 음악으로, 내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다. 솔로음반이 잘 된 적이 없다. 사람들이 그런데도 왜 굳이 음악을 하냐고 묻는다.(웃음)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히트곡이 없으니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무거운 짐을 가진 사람은 히트곡이 많은 사람이다.”

-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친구 같은 사람. 혹은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람? 있는 그대로를 봐 주고, 그 모습이 긍정적이라면 응원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 솔비

▲1984년 9월30일생 ▲본명 권지안 ▲2006년 혼성그룹 타이푼으로 데뷔 ▲제2의 코요태로 주목 ▲2007년 솔로 데뷔. 각종 예능프로그램 활약 ▲2008년 MBC 방송연예대상 쇼 버라이어티부문 우수상 ▲2008년 SBS 방송연예대상 예능부문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2008년 MBC ‘라이프 특별조사팀’ 통해 첫 연기 ▲ 2012년 미술 전시회 ‘욕망이라는 또 다른 이유’ 개최 ▲2014년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 재능기부 대상 ▲현재 가수, 화가, 방송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

이정연 기자 any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