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함께 정권 ‘비선실세’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히는 CF감독 출신 차은택(47)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 연예계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국정농단 의혹과 그로 인한 파문이 연예계로까지 이어졌고,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일부 연예인과 기획사가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의혹을 살 만한 어떤 혐의나 정황이 명확히 드러난 게 없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실제 관련 사항이 나온다면 그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순실·차은택씨와 연예계를 연결짓는 시선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특정 연예인과 대형 기획사가 (최순실씨 측으로부터)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후 한 가수와 기획사가 실제 그 당사자라는 항간의 추측이 이어졌고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갖가지 루머와 의구심이 일었다.
이들의 이름이 나돌게 된 데에는 차은택씨와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차씨는 오랜 시간 CF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명성을 쌓았고 연예계와도 인연을 맺었다. 또 안 의원이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연예계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연예계 ‘최순실·장시호 라인’의 실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차씨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기구 문화융성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고, 2015년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임명돼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기까지 최씨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차씨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이나 그 결과 일부 연예인과 기획사 등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혜를 받은 혐의가 불거진다면 그 과정에서 차씨가 어떤 역할을 했을지 여부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이 아닌데도 확실한 근거도 없이 계속 연예계를 의심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차씨가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과 관련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사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지만, 그가 단순히 연예계 종사자였다는 점만으로 그와 친분을 쌓은 일부 연예관계자가 특혜를 받았다고 단정하는 건 지나치게 앞서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중국에 머물던 차은택씨는 측근들과 함께 중소 독립광고대행사를 강탈하려 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이득을 취한 혐의로 8일 밤 귀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체포돼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됐다. 당일 조사 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차씨에 대해 검찰은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