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 멜로영화가 ‘흥행 불패’로 통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과거 인기를 얻은 영화가 잇따라 재개봉하는 가운데 멜로장르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선보인 ‘노트북’이 역대 재개봉 영화 흥행 3위(14만7000명·영화진흥위원회)에 올랐다. 10월19일 재개봉해 상영 4주째에 접어들고도 박스오피스 7∼8위를 지켜내며 장기 흥행까지 예고한다.
역대 재개봉 영화에서 흥행 1∼2위를 차지한 작품도 모두 멜로다. 2012년 재개봉한 ‘타이타닉’이 36만명을 모아 1위, 지난해 ‘이터널 선샤인’이 32만명을 동원해 2위에 올랐다. 여기에 ‘노트북’이 합류하면서 멜로가 역대 재개봉 영화 흥행 톱3를 싹쓸이했다.
덕분에 극장가에서는 ‘재개봉=멜로’라는 흥행 공식까지 생겨났을 정도. 흥행 성과가 잇따르면서 재개봉 영화에서 멜로장르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했다. 올해만 ‘비포 선라이즈’(4월), ‘500일의 썸머’(6월), ‘미드나잇 인 파리’(10월), ‘색, 계’(11월) 등 5∼6편의 멜로영화가 재개봉했다. 이 가운데 ‘500일의 썸머’는 14만 관객을 동원해 ‘노트북’에 이어 올해 재개봉 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재개봉 멜로 영화의 잇단 성공은 역설적으로 한국영화의 ‘현재’를 드러낸다. 멜로를 선호하는 확실한 관객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정작 한국영화에서 멜로는 소외받는 장르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개봉한 멜로영화는 전도연·공유의 ‘남과 여’, 한효주·유연석의 ‘해어화’에 불과하다. 그나마 ‘해어화’는 시대극의 성격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멜로영화를 향한 관객의 ‘갈증’이 재개봉 영화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트북’ 수입사 퍼스트런 관계자는 10일 “멜로를 찾는 관객층은 있지만 한국 멜로영화 제작은 확연히 줄었다”며 “‘노트북’을 포함해 최근 재개봉한 멜로 외화들은 여러 번 봐도 편하고 좋다는 평가 속에 꾸준한 관심을 얻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영화는 왜 멜로영화 제작에 인색할까. 영화계에서는 ‘제작 인프라의 한계’와 ‘수익성’을 꼽는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는 남성작가가 쓰는 시나리오에 남자배우가 주연을 맡고 남성감독이 연출하는 제작 환경이 주류다”며 “남녀의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할 만한 작가군이나 연출진이 거의 없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흥행 기대치가 낮은 것도 주요 이유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영화 흥행작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성’과 ‘애국’, ‘부성애’가 성공을 결정짓는 키워드로 꼽혔다. 멜로장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