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연예인 되고 자주 못해 할머니들과 수다 삼매경…“꼭 다시 찾아뵐게요”
이선빈(22)이 홀로 사는 할머니들을 만난 것은 1일. 날은 이미 겨울의 초입에 와 있었다. 아침 일찍 이 곳을 찾은 이선빈은 설레는 표정으로 어르신들 앞에 섰다. 그리고 이내 이날 미술수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두 할머니의 곁으로 다가갔다. 마침 이날은 자원봉사에 나선 미술전문가들과 할머니들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미술수업이 있는 날. 이선빈은 할머니들이 그리는 그림에 적당한 색깔의 물감을 찾아주느라 분주했다.
● “할무니∼”…친근함으로 주변 경계심 무장해제
마치 자신의 친할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이선빈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10여명 할머니들의 두 눈에서는 ‘예쁘장한 처자가 와서 오늘 하루 봉사활동을 하고 가는구나’라는 시선이 배어나왔다. 아직까지는 경계심을 풀지 않은 모습이다.
이선빈은 아랑곳하지 않고 살갑게 다가가 할머니의 붓질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 손을 맞잡는다. 할머니의 속도에 맞춰 이선빈의 손도 움직인다. 그렇게 작품이 완성이 돼가는 과정에 다다르자 “우와∼! 할머니 진짜 잘 하신다!”라며 놀라움을 만면에 드러낸다. 어느새 할머니들도 이선빈에게 “나 이만큼 그렸다” “잘 했지” 등 이야기를 꺼낸다. 이선빈도 할머니와 눈을 맞추며 환히 웃는다.
“처음에는 저한테 먼저 말씀도 건네지 않으셨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고요. 하하! 금세 정이 많이 든 것 같아요. 고교 2학년 이후로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이선빈은 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린시절부터 해외 선교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의 부모는 생활형편이 어려워 “빚을 지더라도” 딸이 자신만이 아닌 주변의 이웃까지 둘러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고1 때까지는 매년 봉사활동을 보냈다.
그는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좇아 서울에 올라오면서 이런 봉사활동을 못 하게 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 “꼭 다시 오겠다”…마지막까지 짧은 만남에 아쉬움 토로
이선빈은 미술수업 뒷정리를 마치고 점심식사 준비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식탁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할머니들을 위해 식판에 음식을 담고 하나하나 전달했다.
“밥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걱정하자, 저녁 전에 간식이 제공돼 이 정도가 적정량이라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행여 할머니들이 신경을 쓸 새라, 편안한 식사를 위해 자리를 잠시 비웠다. 그 사이 식사시간이 지나버리자 “어떡하지. 도와드렸어야 했는데…”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할머니들이 식사를 하시고 난 뒤 대부분 식판을 직접 정리해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이선빈은 음식 담당 자원봉사자 아주머니를 찾아 미안함을 전했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계신 방으로 가 짧은 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나눴다. 바깥까지 깔깔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이선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럽다”며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잠깐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 자원봉사자들은 “물질적인 제공이나 행동은 의례적인 것 같아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젊은 친구가 거리낌 없이 적극적으로 임해 상당히 놀랐다”고 했다.
이선빈은 더 많은 시간 할머니들과 “수다 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시설을 떠나며 창문 밖으로 식사 후 산책하는 할머니와 마주했다.
“지팡이에 의지해 걷고 계시지만 그 뒷모습에서 신이 났음이 느껴져 너무 좋아요.”
이선빈은 삼성생명과 사회연대은행이 마련한 선물을 할머니들에게 건네고 아쉬운 표정으로 시설을 떠나며 훗날 만남을 기약했다.
● 독거노인시설 미술수업 동참
시린 바람이 온 몸을 파고드는 겨울, 따스한 기운이 그리워진다. 옷을 껴입고, 차를 마셔 온기를 유지하는 건 잠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체온이야말로 우리네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준다. 이웃에게 다정히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은 바로 그 온기를 위한 첫 걸음이 아닐까. 연기자 이선빈이 겨울을 코앞에 둔 어느 날, 따스한 온기의 마음을 안고 인천 서구의 한 독거노인 시설을 찾아 이웃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