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 보는,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7일 첫 방송 ▶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주연 한석규·유연석·서현진
▶지방의 한 병원에 갑자기 나타난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 열혈 의사 강동주와 윤서정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 이건아니야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했던가. 그만큼 완결된 이야기를 꾸미고 만들어가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극적 타당성’이라는 말이 지닌 힘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극적 타당성이란, 작위 혹은 인위적 우연의 연속만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작위’일 터. 그러나 그것이 잇단 우연의 흐름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함정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가진 것 없어 설움을 당한 뒤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출발하지만, 어쨌든 오로지 실력만으로 제 갈 길을 찾은 외과 전문의 강동주(유연석)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드라마는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내려는 의사들의 처절한 땀을 그 중심에 놓는다. 의학드라마를 표방한 이야기로서 마땅하다.
하지만 이미 그 사이사이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한 강박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설정과 에피소드가 지닌 우연의 연속은 인물들의 비장함을 포장한 클로즈업이나 슬로모션처럼 과도해 보인다.
어린 강동주에게 그 길을 제시해준 극중 천재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사고의 후유증으로 이젠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심지어 자해의 분열적 심리상태가 폭발하곤 하는 응급의학 전문의 윤서정(서현진)의 숨겨진 사연도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향하는 것일 터.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이미 강동주 역시 인턴 시절 “사람을 살리는 것”에 대한 지극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이미 여기서부터 드라마는 그 사연의 극적 타당성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
드라마는 이제 김사부와 윤서정의 각기 사연을 뒤쫓으며 에두르고 종합해 강동주의 진정한 의사 되기를 향해 달려갈지 모르겠다.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이라는 극중 배경이 되는 병원의 이름처럼 딱 전형적인 흐름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에 기대기에는 한석규와 서현진의 뛰어난 연기가 빛바래지 않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