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남녀 사랑이야기로 공감대 형성 섬세한 감정연기로 ‘멜로의 여왕’ 증명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지만 한편의 영화 같아서 욕심이 났어요”
배우 김하늘(38)은 한결 같다. 20년 동안 지녀온 청초한 매력을 바탕에 둔 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듯하지만 그런 만큼 또 확실한 존재감이 그렇게 말한다. 1999년 드라마 ‘해피투게더’에서 가녀리고 사슴 같은 눈망울로 눈도장을 받은 이후 그 마력은 여전히 유효한 듯 보인다. 최근 종영한 KBS 2TV ‘공항 가는 길’을 통해 또 한 번 ‘멜로의 여왕’으로서 건재함을 과시한 힘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2012년 ‘신사의 품격’ 이후 4년 만이고, 그 사이 결혼도 했다. 복귀작으로 ‘정통 멜로, 초등학생 딸아이를 둔 엄마, 각각 가정이 있는 기혼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것은 신선하고 파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그는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남다른 자신감이 엿보인다.
“‘신사의 품격’과 같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대본을 보자마자 ‘재미있다’며 깔깔거리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너무 어려웠다. 대본을 읽을 때 장면을 상상해서 보는 편인데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 같았고, 더욱이 제가 끌고 가는 드라마라 욕심이 났다.”
방송 전 기혼남녀의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불륜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김하늘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각 캐릭터에 개연성이 얹혀지면서 이야기는 공감과 설득력을 얻었다. 오죽했으면 시청자는 두 남녀를 위해 ‘망 봐주고 싶다’고까지 했을까.
“제가 이해한 최수아에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해줬다는 자체만으로 기뻤다. 남편도 ‘멋지다’고 말해줬다(웃음). 후반으로 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답답했지만, 수아와 한 몸이 되면서 받은 위로나 공감을 시청자도 느꼈다는 것 아닐까. 사실 제 성격대로였으면 애초에 정리하고 끝냈다. 하하!”
김하늘의 장점은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등 어느 장르에도 어울린다는 것이다. 두 장르를 평정하며 ‘여왕’의 타이틀을 동시에 얻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로 흥행한 적이 많아 발랄한 이미지가 굳어진 것도 있다. 연기 시작을 멜로로 해서 애착이 많다. 감정의 폭이 깊고 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을 때 뭔가 정해진 틀을 깨고 나온 느낌이었다. 주위에서 출연작을 보면 항상 응원해주는데, 이번엔 ‘재밌다’는 반응보다 ‘빠졌다’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게 멜로의 힘인 것 같다.”
김하늘의 매력은 그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의 면모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모델 출신다운 스타일로도 화제를 모으곤 한다. 작품 속 의상과 액세서리는 나오는 족족 ‘완판 행진’을 이룬다. 누구나 따라 사서 입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한다. 그는 “캐릭터를 연구한 결과”라고 했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입는다’는 표현을 하지 않나. 가령 ‘집에서는 어떤 옷을 입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어떤 립스틱을 바를까’ 하는 상상을 한다. 스타일리스트가 몇 벌의 의상을 골라오면 해당 장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는다.”
김하늘은 드라마의 여운을 즐길 여유도 없이 마지막 촬영으로 얻은 감기 때문에 컨디션이 말이 아니라고 했다. 내일부터 “무조건 쉬고”, 그 다음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마침 제주도는 극중 촬영장소로 애틋한 멜로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던 곳이다.
“쉴 때는 항상 무언가를 배운다. 최근에는 가죽공예로 지갑과 파우치를 만들어 신랑에게 선물했다. 그런 여성스러움이 저한테도 있더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