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게 사라졌던 ‘민상토론2’ 부활 ‘LTE뉴스’ 등 시국 꼬집는 다양한 풍자 열린 풍자의 시대…기대 섞인 전망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몰고온 방송가의 풍자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석연찮은 이유로 중단됐던 개그프로그램의 인기 풍자 코너가 부활했고, 다양한 세태풍자와 패러디도 넘쳐난다. 방송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태풍처럼 일시적으로 거칠게 휩쓸고 지나가는 데 그칠 것인지, 잔잔하지만 날카롭게 계속 밀려들 것인지 관심을 쏟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는 ‘민상토론2’를 13일부터 부활시켜 ‘비선실세’ ‘문고리 3인방’ ‘문화계 황태자’ 등 사건 당사자들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현 사태를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LTE뉴스’와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 시즌8’도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를 개그 소재로 끌어들였다. 앞서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그리고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등도 자막 등으로 현 사태를 꼬집었다. 모두 풍자와 패러디가 다소 자유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방송가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향후 사태 변화에 따라 프로그램의 존폐까지 걱정하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민상토론’의 경우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되다 아무런 이유 없이 폐지됐다. 당시 ‘정치적 외압설’이 방송가 안팎에서 나돌기도 했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방송된 ‘SNL 코리아-여의도 텔레토비’는 각 후보들의 특징을 풍자했지만 박근혜 후보의 당선 이후 폐지됐다. 이런 시선은 최근 각 프로그램이 권력 비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에 기대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그동안 여러 차례 불거졌던 권력의 창작표현 자유에 대한 제한과 ‘검열’ 시도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정세 ‘덕분’이라는 것이다. 풍자 자체에 대한 강박과 시의성으로 인해 자칫 질 낮은 구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이처럼 ‘열린 풍자’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정지은 문화평론가는 20일 “그동안 금기시됐던 패러디의 수위나 풍자 대상은 시민이 수용가능한 상황이다”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사라지거나 풍자를 멈추는 것 자체가 앞으로는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