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영화 지루하지 않게 한 조정석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23일 개봉 코믹 영화 ‘형’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 조정석(왼쪽)과 아이돌 출신 배우 도경수 주연의 영화 ‘형’.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 조정석(왼쪽)과 아이돌 출신 배우 도경수 주연의 영화 ‘형’.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형’은 누나, 언니보다 덜 살갑게 느껴지는 단어다. 남자 형제들끼린 여간해선 속마음을 나누지 않고 겉으론 무뚝뚝한 경우가 많아서다.

 23일 개봉하는 조정석 도경수 주연의 코미디 영화 ‘형’도 출발은 그렇다. 형 고두식(조정석)은 사기 전과 10범으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 집안의 골칫거리다. 그는 유도 선수인 이복동생 두영(도경수)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교도관에게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동생을 보살펴야 한다’며 사기극을 펼친 끝에 가석방을 얻어낸다. 15년 만의 재회였지만 형제는 따뜻한 인사 대신 서로를 향한 원망과 상처 주는 말만 주고받는다.

 이 영화는 ‘7번방의 선물’을 각색한 유영아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연출은 ‘맨발의 기봉이’로 이름을 알린 권수경 감독이 했다. ‘착한 코미디’ 전문가들이 모여서인지 줄거리 역시 한없이 착하다. 영화 초반부 ‘남보다 못한 사이’로 그려지던 형제는 차츰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다시 둘도 없는 형제 사이가 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이 결말에 이르기까지 극을 흔들 만한 큰 위기 없이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간다.

 감동보다 지루함을 먼저 느끼기 쉬운 이 영화를 살린 건 배우 조정석의 연기다. 아픈 동생까지 등쳐 먹으려는 전형적인 ‘양아치’지만 미워할 수 없게 캐릭터를 살려냈다. 유영아 작가 역시 “조정석이 맛깔스럽게 그려낸 두식은 시나리오를 쓸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즉흥 연기 섞인 특유의 코믹 연기는 영화 ‘건축학 개론’의 감초 캐릭터 ‘납득이’를 연상시킨다. 납득이가 연애 초보인 친구 승민(이제훈)에게 ‘키스 방법’을 강의하던 것처럼 두식은 몸이 불편한 동생에게 ‘여자 유혹하는 법’을 설명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 막바지의 감동을 높이기 위해 영화 중간중간 심어놓은 설정들은 다소 뻔하게 느껴진다. 난생처음 형 노릇하며 철드나 싶던 찰나, 형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앙숙이던 형제가 갑자기 목욕탕에 함께 가 때를 밀며 형제애를 확인하는 장면이 그렇다. 여기에 극중 유도 코치로 등장해 두영에게 친구가 돼주는 수현(박신혜) 캐릭터 역시 너무 착하고 교과서적으로 그려져 별 매력이 없다. ★★☆(별 5개 만점)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
#조정석#도경수#영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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