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한영애가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조율’을 부르고 있다. 그는 이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하며 수십만 시민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KOPA(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사진공동취재단
■ 한영애가 선사한 촛불집회의 감동
히트곡 ‘조율’ 절묘한 가사로 시민들 위로 ‘갈증’ 부르며 “지치지 말라. 힘내라” 응원
가수 한영애가 3일 촛불집회에서 부른 ‘조율’이 깊은 울림을 만들고 있다. 그 품은 노랫말로 변화를 바라는 간절함에 공감하며 시민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에선 ‘즉각 퇴진’으로 구호가 바뀌고,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이 허용되면서 시민 행진에 무게중심이 쏠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율’의 선곡은 절묘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특히 ‘무엇이 문제인가/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정다웠던 시냇물이 검게 검게 바다로 가고/드높았던 파란하늘 뿌옇게 뿌옇게 보이질 않으니/마지막 가꾸었던 우리의 사랑도/그렇게 끝이 나는 건 아닌지’라는 노랫말은 현 시국을 정확히 짚고 있다. 또 후렴구의 ‘잠자는 하늘님이여/이제 그만 일어나요/그 옛날 하늘빛처럼/조율 한 번 해주세요’는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 잡아달라는 바람이 묻어 있다.
한영애는 전날 SNS에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쓰러지지 않고 부러지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이 땅의 아이들도 먼 훗날 그런 생각을 하게끔 우리 모두 버텨야 한다. 제발 조율 한 번 해달라”고 적었다.
이날 집회에서 자신의 노래 ‘갈증’으로 공연을 시작한 한영애는 “지치지 말라. 힘내라. 천년의 어둠도 촛불 하나로 바뀔 수 있다. 오늘 우리의 이 촛불이 또 다른 민주의 역사를 쓰는 새로운 장이 됐으면 좋겠다”며 시민을 응원했다. 이어 ‘내 나라 내 겨레’, ‘홀로 아리랑’을 수십만 시민과 함께 부르며 “조금 더 높은 행복을 위해 여기에 모였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올 거다. 오늘 조율을 이뤄보죠”라며 ‘조율’을 불렀다.
‘조율’은 한영애가 1992년 발표한 3집 ‘한영애 1992’ 수록곡이다. 신형원의 ‘불씨’ ‘터’ 등을 만든 포크가수 겸 작곡가 한돌이 작사, 작곡했다. 한영애는 ‘조율’을 두고 과거 인터뷰에서 “개개인이 자기에게 맞는 질서대로 아주 용감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은 노래”라고 소개한 바 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한영애는 허스키하면서도 울림이 깃든 특유의 목소리와 창법으로 독보적인 음악가로 인정받고 있다. 1976년 해바라기 멤버로 데뷔했고, 1978년엔 극단 ‘자유’를 통해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본 집회에 앞서 열린 사전집회에는 고 신해철이 이끌던 그룹 넥스트가 ‘그대에게’를 부르며 시민들과 함께 했다. 가수 윤종신은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고, 배우 오광록과 박용우, 가수 김장훈, 한지승 감독 등도 피켓을 들고 군중 속에서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