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 나왔다. 주인공 차인표의 출세작인 1994년작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 등장했던 음악이다. 첫 소절만 들어도 당시 드라마 속 차인표를 단번에 떠올리게 한다. 또 첫사랑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아역이 오토바이까지 타고 나와 시청자의 기억을 더듬게 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전작 대사를 ‘재활용’했다. 2004년작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이 남자가 내 사람이다 왜 말을 못해!”라고 김정은을 윽박질렀던 대사를 극중 육성재가 “국제결혼하러 간다고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못하냐고!”로 다시 썼다. 말의 톤이 높고 과한 제스처가 12년 전 박신양을 떠올리게 했다. 일각의 자기복제라는 지적을 위트 있게 활용한 셈이다.
박지은 작가는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주인공 전지현이 15년 전 출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상대역 차태현을 카메오로 출연시켰다. 전지현과 만나는 장면을 다시 연출했다. 두 사람이 재회한 장면만으로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차태현이 “기가 세시네. 세다 못해 엽기적인데”라고 말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최근 다른 드라마의 중요 장면이나 요소를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드라마의 재미를 한층 더 높인 데도 기여하고 있다. 모두 드라마 제작환경이 유연해진 데 따른 변화상이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이 자신들의 색깔을 고집하기보다는 드라마 전개에 따라 상황에 적용하기 적합하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