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시방송을 목표로 사전제작한 KBS 2TV 월화드라마 ‘화랑’의 중국 방송이 돌연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야말로 유례없는 사례여서 심각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현지 방송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심의해 동시방송을 결정한 것이어서 갑작스레 방송을 중단한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화랑’을 동시방송하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 LETV는 지난해 12월19일과 20일 1, 2회를 방송해놓고 26일 3회부터 아무런 공지 없이 중단했다. 드라마 정보 등을 소개한 페이지도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이에 대해 4일 중국 동시방송을 앞두고 있는 한 드라마의 제작 관계자는 “양측의 계약 조항 중 불가항력에 기인한 계약의 불이행이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류 콘텐츠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중국 관련 대부분의 계약서에 기재되는 항목으로, 자연재해나 공장폐쇄, 내란, 전쟁, 정부의 간섭 등으로 인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면책되는 조항으로 꼽힌다.
하지만 광전총국이 통과시킨 ‘화랑’을 LETV가 자체적으로 중단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실체 없는 ‘한한령’에 대한 위기감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KBS 콘텐츠사업부 관계자는 “중국 측으로부터 중단 배경에 관한 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 방송 재개를 위해 다양한 통로로 이유를 파악하고 있다”며 “계약서의 세부적인 항목에 대해 언급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LETV가 불가항력 조항을 악용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일방적 중단과 사유 비공개 등 기본적인 예의를 벗어난 행동을 지적하며, 일부 시청자는 ‘화랑’을 동시 시청하기 위해 VIP 유료 회원을 가입했지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