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걸스데이가 옛 노래로 음악사이트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불린 소녀시대의 노래 등도 다시 음원 차트에 등장했다. 모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이 빚어낸 풍경이다.
27일 미니앨범 발표를 앞둔 걸스데이는 2013년 노래 ‘여자대통령’으로 10일 헌법재판소의 선고 직후 음악사이트 멜론 급상승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튿날인 11일 오후 4시까지도 1위를 지켰다.
‘급상승 차트’는 매 시간 순위가 급변하고 등락의 폭도 크다는 특성이 있지만 특정한 노래가 하루가 지나도록 1위를 지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자가 먼저 키스 하면 잡혀가는 건가’라는 ‘여자대통령’의 노랫말이 헌재의 결정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통령도 잡혀가는 건가’라는 패러디물로 온라인에 등장했다.
‘여자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인 2013년 6월 걸스데이가 발표한 1집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 1집 타이틀곡 ‘기대해’에 이어 히트하면서 걸스데이는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 노랫말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당당하게 다가가겠다’는 내용이다.
신곡 발표를 앞두고 다양한 티저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려 노력하는 마케팅의 관점에서만 보면 걸스데이는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린 셈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다는 ‘웃픈’ 표정이다.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측은 ‘여자대통령’이 주목받는 현상에 조심스러운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오랜만에 음반을 내놓는데 좋은 무대를 위해 준비에 전념할 뿐”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직후 멜론 급상승 차트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도 2∼3위에 올렸다. ‘다시 만난 세계’는 작년 여름 이화여대 학내 사태에서 학생들이 부른 이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도 불렸다. ‘비바 라 비다’는 ‘인생 만세’라는 스페인어로, 권력에서 밀려난 왕의 비참한 최후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