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읽히는 홍상수·김민희 속마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5일 06시 57분


“사랑하는 사이”임을 밝힌 홍상수(왼쪽)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클레어의 카메라’ 등 향후 함께 할 작업 과정에 시선이 쏠린다. 동아닷컴DB
“사랑하는 사이”임을 밝힌 홍상수(왼쪽)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클레어의 카메라’ 등 향후 함께 할 작업 과정에 시선이 쏠린다. 동아닷컴DB
■ 영화 속 눈길끄는 대사들

“사랑하는 사람 따라가는 영화 만들 것”
“왜 다들 욕하지?” “할일이 없으니까”

홍상수 감독(57)과 배우 김민희(35)가 새 영화를 통해 서로의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작품을 한 편씩 완성하면서 향후 삶을 다져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홍상수 감독이 연출하고 김민희가 주연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23일 개봉한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힌 두 사람이 관계를 인정하고 처음 공개하는 작품인 만큼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영화는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실제 상황을 빗댄 듯한 내용으로 주목받지만, 영화는 ‘현재’를 넘어 두 사람이 나아갈 ‘앞길’을 드러내는 듯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 같은 해석을 낳게 하는 것은 홍상수 감독이 촬영 당일 아침마다 썼다는 주인공들의 ‘대사’ 때문이다.

영화에서 김민희는 감독과 사랑에 아파하며 “원하는 것, 다 하고 살고 싶다”고 말한다. ‘원하는 게 뭐냐’는 선배의 질문에 그는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이라고 답한다. 극중 영화감독을 연기한 문성근의 대사도 의미심장하다. ‘어떤 영화를 만들 거냐’고 묻자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쭉 따라가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힌다. 실제로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 연이어 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촬영한 ‘클레어의 카메라’는 5월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상태로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 서울과 2월 독일에서 촬영한 또 다른 영화 역시 후반작업을 진행하면서 해외 영화제 출품을 모색하고 있다.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영화로 말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은 더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김민희가 ‘불륜’이라고 눈총을 받는 상황을 빗대 장면도 그 중 하나다. 또 다른 출연자인 권해효와 송선미는 김민희가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불쌍하다”며 “(사람들이)왜들 욕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런 뒤 “다들 할 일이 없으니까, 뷸륜이잖아”라며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라고 한다”고 꼬집는다.

자신들에 관한 보도를 찾아보고 있다는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마음을 밝힌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감독은 “구체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법에 저촉된 행위가 아니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남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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