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5일 일요일 오전.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로 향하던 45인승 버스 안. 이틀 전 데뷔 싱글 ‘다시 만난 세계’를 내고 SBS ‘인기가요’로 첫 무대에 나서는 길이었다. 적막이 흐르는 버스 안에서 멤버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못했다. 시선이 마주치면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선을 피하려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당시 버스 외관은 소녀시대 사진으로 둘러쳐진 래핑 버스. 보이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멤버들은 애써 눈물을 참아냈다. 그리고 오른 첫 무대. 소녀들은 울음을 참아가며 무대를 마쳤다. 대기실로 돌아오는 길에 멤버들은 하나둘 눈물을 쏟아냈다. 첫 무대를 축하하러 나온 부모도 함께 울었다. 짧게는 3년 반, 길게는 7년을 연습생으로 지내며 수없이 흘렸던 그 어떤 눈물보다 뜨거웠다. 소녀들은 숙소로 돌아와 또 울었다. 21일 서울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수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무 것도 보이지도 않는 창밖 풍경을 훌쩍거리며 보던 일이 생각난다. 발차기를 1년이나 연습하고 나섰던 무대였다”며 미소 지었다. 수영이 말한 발차기는 ‘다시 만난 세계’ 퍼포먼스의 핵심 동작이다.
● “멤버 이상의 우정과 배려·존중이 10년의 비결”
-팀을 10년이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멤버들의 높은 친밀도다. 단순히 일로서만 연결된 사이가 아니라 친구로 만나니까 오래 가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른 멤버를 휘어잡거나 하는 일은 없다. 서로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아니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10년쯤 되면 자주 안 만나게 되지 않나.
“우린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다. 10년을 같이 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멤버 대부분이 인생의 1/3을 함께 했다. 난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1/2을 지금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에 몸담았다. 멤버들 말고 또래 친구가 없을 정도다. 서로 고민과 일과 가족 등 모두 다 터놓고 얘기한다. 멤버들은 그런 친구다.”
-데뷔 초엔 매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는데.
“한동안은 ‘5분 토크’ 시간이 있었다. 의무적으로 매일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그날 아쉬웠던 일, 주의해야 할 사항, 개선점 등을 서로 이야기했다. (숙소를 떠나)각자의 공간이 생기고, 가족들과 지내면서 못하게 됐지만 한동안 그렇게 했다. 지금도 해외공연을 가면 한 방에 모여서 그때처럼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연애나 작품 상담도 하나.
“‘내일 뭐 입을까’ 하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앞으로 이런 걸 더하라’는 작품 조언까지 한다. 10년을 같이 한 다른 여자 연예인의 이야기를 듣는 거니까 자극도 되고, 도전도 된다.”
-한 멤버가 뭔가 하면 다른 멤버들이 꼭 찾아가 응원하는 건 의무인가.
“멤버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아마 돈보다 시간일 거다. 얼마 전 자선공연하면서 멤버들에게 와 달라고 하기가 미안하더라. 그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하니까. 그런데 티파니가 ‘말하기 미안해서 안 하겠지’ 하며 자기가 알아서 시간을 빼 와줬다. 그리고 공연도 해줬다. 나도 멤버들이 솔로 음반을 내거나 드라마를 찍거나 하면 응원을 간다. 그게 서로 가장 크고 소중한 선물이다.”
● 소녀시대 수영
▲1990년 2월10일생(본명 최수영) ▲2016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2002년 한·일 듀오그룹 ‘Route O’로 데뷔 ▲2007년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 ▲같은 해 KBS 2TV 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 조연으로 연기 시작 ▲ ‘소녀시대’ ‘키싱 유’ ‘지’ ‘소원을 말해봐’ ‘오!’ ‘런 데블 런’ ‘지니’ ‘훗’ ‘더 보이즈’ ‘캐츠 미 이프 유 캔’ ‘라이온 하트’ 등 해마다 2∼3장씩 새 앨범 발표 ▲2013년 SBS 연예대상 MC부문 신인상(한밤의 TV연예) ▲2014년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부문 여자 우수연기상(내 생애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