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서 낯선 엑소시즘 소재가 다시 관객을 찾는다. 2년 전 김윤석·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이 관련 소재로 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제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희소성 강한 소재다. 5일 개봉하는 김윤진·옥택연 주연의 ‘시간 위의 집’(감독 임대웅·제작 자이온엔터테인먼트)이 이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시간 위의 집’은 25년 전 남편과 아들이 살해당하고 실종되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 이야기. 김윤진이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그를 좇는 것보다 비현실적인 현상(오컬트), 귀신을 쫓는 구마의식(엑소시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탄탄한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객을 설득하기 어려운 소재인 만큼 제작진은 각본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시나리오는 ‘검은 사제들’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이 썼다. 제작사 관계자는 2일 “장재현 감독이 ‘시간 위의 집’에도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지금껏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형식과 강렬한 서스펜스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간 위의 집’의 출연진 구성이 ‘검은 사제들’과 흡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연기파 배우가 중심에 서고, 그 옆에 사제 역을 맡은 젊은 배우가 선다.
‘검은 사제들’이 김윤석이라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빛을 발했다면, ‘시간 위의 집’은 김윤진이 힘 있게 이끈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밀도 있게 그려내는 데 김윤진은 진실을 파헤치려는 캐릭터의 역할에 충실했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강동원이 관객에게 젊은 사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번엔 옥택연이다. 극중 김윤진을 유일하게 믿는 인물로, 사건을 함께 파헤치고 해결하며 활약한다. 2013년 ‘결혼전야’로 스크린에 데뷔한 옥택연의 두 번째 영화다. 김윤진은 “옥택연은 영화가 바라는 정확한 위치에서 제 몫을 해냈다”며 “건강한 마음과 이미지가 영화와 잘 어우러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