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애(오른쪽)가 배우 송강호와 함께한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송강호는 ‘변호인’의 감독, 제작진과 밤늦도록 고인의 빈소를 지켰다. 사진제공|위더스필름
■ 故 김영애, 생전 작품으로 맺은 인연들
‘변호인’ 제작자·배우들 고인 추억 20년 인연 염정아도 빈소서 오열
9일 세상을 떠난 배우 김영애는 생전 왕성한 연기 활동으로 대중에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열정’으로 설명되는 그의 삶은 동료 배우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고인과 인연 맺은 배우들의 발길이 빈소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10일에도 배우들의 조문이 계속됐다. 이들은 빈소에 모여 고인과 추억을 떠올리면서 눈물지었다. 2012년 췌장암 수술 이후 배우로서 더 열정적인 삶을 개척한 고인이 의욕적으로 참여한 작품을 함께 한 동료들의 슬픔은 그래서 더욱 깊어 보인다.
고인의 부고가 전해진 9일 밤 배우 송강호와 오달수가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대표작으로 기억되는 영화 ‘변호인’을 함께한 이들은 새벽까지 빈소 한 쪽을 지켰다. 저마다 참여하고 있는 영화 촬영 일정이 빠듯하지만 함께 쌓은 시간과 인연을 기억하려 빈소로 달려왔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변호인’ 제작자 최재원 대표는 SNS를 통해 “일어나서 찾으러 온다던 대종상 트로피를 이런 자리로 가져오게 한 건 정말 반칙”이라며 “송강호, 오달수 그리고 양우석 감독과 모여 촬영 전 긴장하던 백전노장 여배우의 이야기로 울고 웃었다”고 썼다.
고인은 특히 여배우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후배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나이 차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된다”는 염정아의 말처럼 김영애는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했다.
2006년 드라마 ‘황진이’에서 만나 10년 넘도록 가깝게 지낸 정경순은 병상에 있던 고인과 마지막을 함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작인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도 함께 하며 지근거리에서 몸 상태를 살피는 것도 정경순의 몫이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급격히 가까워진 배우 이정은은 김영애의 병간호까지 도맡았다. 평소 주변에 신세 지기를 극도로 꺼린 고인은 오랫동안 다닌 교회 여신도의 도움으로 병원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이정은이 나섰다.
김영애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소 고인이 누구보다 아낀 후배는 배우 염정아다. 이들의 인연은 1996년 드라마 ‘형제의 강’에서 시작돼 20년 동안 이어졌다. 염정아는 2011년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와 2014년 영화 ‘카트’를 고인과 함께 했다. 부음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염정아는 눈물을 쏟으며 밤늦도록 빈소를 지켰다.
임종 직후 고인의 모습을 확인한 한 관계자는 10일 “미소를 띤 채, 마치 웃고 있는 듯 눈을 감고 계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