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전인권이 얼마 전 공연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칭찬했다. 하지만 그 이유로 다른 대선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일부는 공연 예매를 취소하기도 했다. 급기야 이틀간 계획했던 공연은 하루로 축소됐다. 안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예인들의 정치적 표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동시에 연예인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충분히 보여준 ‘사건’이다.
바로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는 지원 배제 등 방법으로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들을 ‘보복’한 권력의 ‘블랙리스트’에 분노했다. 전인권이 어느 한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해서 원색적인 단어로 비난한다면 이 또한 일종의 ‘블랙리스트’ 행위가 아닐까.
과거엔 민주주의가 덜 성숙했고, 정치적 입장 표명이 사익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연예인들은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해진 상황에서 연예인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주인’인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끌게 하고, 그들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자유롭게 밝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선거가 아닌 다른 방식의 정치 참여도 가능하다’는 점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겨울 탄핵정국에서 많은 연예인들이 촛불을 들고 부조리에 일갈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많은 시민들은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가수 이승환은 한 인터뷰에서 “시민의 입장에서 좋고 싫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도 지난해 영화 홍보차 내한해 “자국 정치에 관심을 쏟는 일은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예인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고, 정치인에 대한 공개지지 혹은 정치 참여는 이제 당연한 권리 행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