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제작진은 진시황 병마용 형상 등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출처 | SBS 방송화면 캡처
진시황릉 병마용 형상 등 권력 상징물 배치
드라마 ‘귓속말’의 숨은 인기 공신은 디테일한 세트와 소품도 꼽힌다. 현실의 부조리와 권력의 양면성을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드라마는 ‘태백’이라는 대형 로펌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특히 대표 변호사 최일환 역을 맡은 김갑수가 본격적으로 악행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극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제작진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미 눈썰미가 좋은 시청자는 단박에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김갑수의 ‘철옹성’ 같은 집무실로 들어가기 위해 긴 복도를 지나쳐야 하는데, 양쪽에 사람 만한 인형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진시황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는 병마용 형상이다. 연출자 이명우 PD는 ‘부패한 권력이 시작되고,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설정에 따라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떠올렸다.
김재현 조연출은 4월30일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자란 최일환은 그의 친구이자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강유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길까봐 두려움에 떠는 인물”이라면서 “불멸의 생을 꿈꿨던 진시황이 죽어서도 자신의 무덤을 지키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병마용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중국에서 말 3마리, 병사 9명 등 총 12개의 대형 소품을 들여오기도 했다. 비용만 3000만원에 이른다. 김 PD는 “권력의 상징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한 제작비를 들였다. 법과 권력을 주무르는 태백의 막강한 힘과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극중 김갑수가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쌍둥이 분재와 고가의 바둑판도 제작진이 상당한 공을 들인 소품이다. 김갑수와 김홍파의 기 싸움을 표현하기 위해 쌍둥이 분재를 이용했고, 장고 끝에 두는 바둑알은 그의 손끝에 권력이 움직인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