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방영됐던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개밥 주는 남자>가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가장 눈에 띄는 출연자는 소속사 식구들과 반려견 공동 육아를 시작한 배우 이경영이다.
요즘 개봉하는 국내 영화는 둘 중 하나다. 배우 이경영(57)이 출연하거나, 출연하지 않거나. 이런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는 충무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다작(多作)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반려인이 되기로 했다. 4월 29일 방영 예정인 채널A <개밥주는 남자> 시즌2를 통해서다. 그렇게 바쁘면서 어떻게 개를 키우냐고? 이경영은 그 해답을 ‘공동 육아’에서 찾았다.
소속사인 더피움 엔터테인먼트의 소속 배우들이 ‘초보 아빠’가 된 이경영을 도와 그의 반려견을 함께 돌보기로 결정한 것. 배우 김원해, 박철민, 고수희, 이근희 등 충무로 명품 배우 4인방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는데, 그중에서도 홍일점인 배우 고수희(41)는 반려견들의 ‘엄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채널A<개밥주는 남자> 시즌2의 포스터 촬영날, 활짝이와 피움이의 엄마, 아빠를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났다.
예능을 통해 만나니 무척 반갑네요. 이경영 데뷔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건 처음이에요. 배우는 다른 이의 삶을 연기하는 직업이라 자기 사생활을 노출하고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걸 극도로 꺼리곤 하는데 <개밥주는 남자>의 경우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라 고민이 많았죠. 더구나 반려견 공동 육아라니. 여러 사람이 도와준다고는 해도 결국 개와 함께 생활하는 건 제 몫이잖아요. 먼저 제가 개의 주인이 될 만한 상황인지를 두고 정말 오래 고민한 것 같아요.
고수희 이번에 반려견 공동 육아에 참여하는 다섯 사람 중 예능에 익숙한 배우가 한 사람도 없어요. ‘리얼함’을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라는데 카메라가 돌아가면 무의식중에 연기 톤이 나오더라고요(웃음). 방송도 방송이지만 다섯 명의 배우들 중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저뿐이었어요. 저는 4년 전부터 개를 키우기 시작해 지금도 집에서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고요.
개들이 무척 귀엽던데요? 소개 좀 해주세요. 이경영 4개월 된 차우차우 종 남매예요. 소속사 배우들이 사랑방처럼 사용했던 저희 집 지하층을 개조해 그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죠. 제 고향인 충북 충주에서 차우차우를 건강하게 기르시는 견주로부터 입양했어요. 아이들을 만난 뒤 견주에게 “건강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우리 아이들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답장이 왔어요. 별 것 아닌 텍스트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전 괜스레 감정이 격해지더라요. 견주가 얼마나 이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사랑했는지 진심이 전해졌다고나 할까요?
고수희 활짝이와 피움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어요. ‘더피움’ 배우들이 함께 공동 육아를 하는 만큼 회사 이름에서 착안해 강아지 한 마리의 이름은 피움이로, 그 아이와 잘 어울릴 만한 이름을 찾다가 다른 아이를 활짝이라고 이름 붙였죠.
반려견과 함께 생활해 보니 어때요. 이경영 처음엔 예쁘고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키워보니 손이 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목욕 시켜줘야지, 예방접종 시켜줘야지, 산책 시켜줘야지, 게다가 똥은 또 얼마나 많이 싸는지 아세요? 말 그대로 ‘엄마’가 되더라고요. 가만 보면 불효자식들에게 반려견을 키워보라고 권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가 자신을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대번에 알 수 있을테니까요.
고수희 공동 육아라고는 하지만, 개를 가장 많이 돌보는 건 당연히 경영 오빠죠.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개가 꼬리를 흔드는 속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정말 반가운 사람이면 꼬리를 더 격하게 흔들고, 덜 반가우면 천천히 흔든대요. 활짝이와 피움이는 경영 오빠를 가장 좋아하는 게 분명해요.
개를 키우면서 생긴 가장 큰 고민거리는 뭔가요. 이경영 아무래도 공간 문제죠. 개들이 생활하는 공간 바닥에 원래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 이게 개들의 건강에는 굉장히 좋지 않더라고요. 배변을 워낙 자주해서 관리도 힘든 데다 카펫에서 나오는 먼지와 곰팡이가 아이들에게 좋지 않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겸사겸사 ‘방수 마루’로 교체했어요. 그런데 걱정은 여전해요. 지금은 새끼 강아지지만, 나중에 성견이 되면 지금보다 몸집이 두 배 이상 불어나거든요.
고수희 얼마 전에 제가 원래부터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와 활짝이, 피움이를 만나게 해줬는데, 아직 아이들이 잘 어울리지 못하더라고요. 강형욱 훈련사님 말이, 개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대요. 넓은 공간에서 서서히 친해질 수 있도록 해주라고 하시더라고요. 훈련사님은 어쩜 그렇게 개들의 마음을 잘 아시는 걸까요. 가끔은 ‘사람 말을 할 수 있는 개가 아닐까’ 싶을 정도라니까요(웃음).
활짝이와 피움이를 만나고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면 어떤 건가요. 이경영 일단 말이 많아졌죠. 사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한번씩 ‘혹시 내가 말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강아지들이 대꾸를 해주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이렇게 주책없어지고, 수다쟁이가 되다니, 하면서요. 그럴 때면 ‘이런 게 교감이라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테지만, 이런 변화가 싫진 않네요(웃음).
고수희 무엇보다 회사 식구들과 소통이 확 많아졌어요. 전에는 저마다 일이 바빠서 서로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활짝이와 피움이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배우들끼리 단체카톡방도 만들었죠. 이번에 알게 된 건데, 서로 연락처조차 모르는 배우들도 있더라고요(웃음). 이제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다보니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예요.
경영 오빠가 지방으로 영화 촬영을 가시는 날에 “오빠, 오늘은 제가 활짝이와 피움이 저희 집에 데려갈게요”하고 말했는데 “공간이 바뀌면 아이들이 불안해하니까 네가 와서 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아이들을 입양하기 전에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누가 아이들을 맡을지에 대해 수없이 회의를 했는데 답을 내리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미 답은 정해진 것 같아요. 경영 오빠가 아이들을 안 보내준다고 할 테니까요(웃음).
이경영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왜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지 알겠어요. 개인의 변화는 물론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게 반려동물의 힘이 아닐까요.
#정치인에게 반려동물이란?
문재인 문 후보는 자신을 ‘문 집사’(고양이 주인을 일컫는 말, 고양이를 ‘모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개 아빠’라고 소개한다. 그는 경남 양산 자택에서 풍산개 마루와 깜, 고양이 찡찡이와 뭉치를 기른다. 이미 지난 대선 때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내걸었으며, 이번 대선에는 동물복지 실현, 동물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모인 찡찡이 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로 취임한 2012년 12월 동서화합 차원으로 전남 진도에서 진돗개 세 마리(홍도, 장군이, 치오)를 직접 구입해 관사에서 길렀다. 지사직을 사퇴한 후 서울로 거처를 옮긴 홍 후보는 반려견을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지인에게 입양 보냈다.
안철수 안 후보 캠프 측은 안 후보가 직접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선 동물복지 인증 농가 지원, 반려동물 진료비 기준 규정 등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들고 나왔다.
유승민 유 후보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는 11년간 함께했던 반려견 ‘찡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유 후보는 2003년 열 살이던 유 후보의 딸 유담 씨가 의과대학에서 실험용 강아지로 수술을 받은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면서부터 찡아의 아빠가 됐다. 하지만 찡아는 걸음을 똑바로 걷지 못하는 등 수술 후유 장애를 앓았고, 결국 2014년 비교적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후 유 후보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심상정 심상정 후보는 현재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진 않는다. 하지만 19대 국회 의정 활동을 시작한 뒤 동물 보호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심 후보는 의정 활동 중 다수의 동물보호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안희정?·이재명 이번 대선에는 문재인 후보에게 밀려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알아주는 애묘, 애견인이다. 안 지사는 올해 신년 인사 영상에서 9년째 키우는 고양이 하늘이와 함께했으며, 이 시장이 지난 2015년 개 농장에서 입양한 반려견 행복이는 현재 ‘성남시 지킴이’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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