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칸 진출 영광… 프라이팬 위 생선처럼 두렵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영화 ‘옥자’ 19일 공개하는 봉준호 감독

“새 영화를 소개할 때 칸 영화제만큼 영광스러운 자리가 없을 것 같아요. 동시에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 같은 느낌이 들어 두렵기도 합니다.”

‘괴물’ ‘설국열차’ 등 개봉하는 작품마다 관심을 모은 봉준호 감독(48)이 4년 만에 ‘옥자’를 들고 왔다. ‘옥자’는 17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19일 현지에서 베일을 벗는다. 영화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가 10년간 함께한 친구인 동물 옥자를 찾아 미국 뉴욕까지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한 소감을 묻자 봉 감독은 “세계의 까다로운 영화인들이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모여 제 영화를 보는 게 흥분되고 두렵기도 하다”면서 “빨리 영화가 공개돼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봉 감독은 그간 모습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물 ‘옥자’에 대해서는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동물”이라면서 “영화는 동물을 사랑하는 소녀 미자의 사랑과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세상의 복잡한 것들과 이에 대한 풍자적 요소가 있다. 내가 만든 첫 러브스토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수상과 관련해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꼭 경마장 트랙의 말처럼 경쟁의 레이스를 펼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뜨거운 방식으로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옥자’는 개봉 전에 프랑스 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다. 미국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560억 원을 들여 투자 배급한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하자 프랑스 극장협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영화제 측은 내년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만 경쟁부문에 초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는 큰 예산을 투자하면서도 연출자의 창작 자유와 최종 편집권 등을 인정해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동석한 넷플릭스의 콘텐츠최고책임자(CCO) 테드 사란도스 역시 “칸영화제는 언제나 뛰어난 작품만 초청하며 ‘옥자’ 역시 배급과 무관하게 선정됐다”면서 “봉 감독을 늘 흠모해 왔고 그가 영화계의 ‘장인’인 만큼 함께 일할 기회가 생겨 욕심이 났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추진 중인 글로벌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역은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턴,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역은 제이크 질런홀이 맡았다. 여기에 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인 플랜B가 제작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스윈턴과 질런홀 모두 동물 ‘옥자’의 스케치만 보고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는 게 봉 감독의 설명이다.

‘옥자’는 다음 달 28일(한국 시간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공개되며 한국도 같은 날 극장에서도 상영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봉준호#옥자#칸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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