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영재발굴단’이 주는 메시지
회사일 바빠도 늘 아이에 관심… 성적보다 재능 자체에 주목
SBS ‘영재발굴단’은 대한민국 부모들의 욕망을 콕 집어 만든 프로그램이다. 2015년 3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 ‘평범한 아이들의 재능을 빛바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매회 6∼7%의 시청률로 방송 2년 만에 100회를 훌쩍 넘겼다. 프로그램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선행학습에 뛰어난 좁은 의미의 ‘영재’로부터 탈피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열정과 창의력이 있는 아이들을 찾자’는 기준에 따라 자동차, 발명, 그리기 등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있는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오가며 상상으로 가득한 세밀한 우주 그림을 그리는 강범진 군(88회 방송), 28층에서 내려다본 자동차의 지붕만 보고도 차종을 척척 맞히는 ‘자동차 박사’ 김건 군(46회 방송) 등은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는 대표적 열정·창의형 영재들이다.
아이들의 재능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주인공은 사실 따로 있다. 영재 뒤에 있는 아이들의 부모다. ‘영재발굴단’ 황성준 PD는 “100회 넘게 촬영하면서 영재들의 비밀은 ‘아빠 육아’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영재로 출연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회사일로 바빠도 아이의 관심사와 행복에 늘 관심을 가지는 아버지와 함께한다는 것. 아버지들이 아이의 성적이나 성과보다는 재능 그 자체에 관심이 많고 교육 철학이 확실한 것도 특징이다. 가수이자 변호사인 이소은 씨, 피아니스트 이소연 씨 자매와 아버지 이규천 씨가 출연한 ‘아빠의 비밀’ 편(93회)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자매는 저마다 미국에서 변호사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좌절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자매를 다독인 것은 아버지에게서 온 한 통의 메일. “아빠는 너의 전부를 사랑하지, 네가 잘할 때만 사랑하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였다.
100회 넘는 방송을 통해 황 PD가 터득한 ‘영재를 만드는 비결’은 이렇다.
“한국 부모들은 남의 얘기를 더 많이 들어요. 남의 집 아이의 공부법, 전문가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행복하게 꿈을 이뤄가는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잘 이해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다고요? 답은 아이에게 있으니 잘 관찰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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