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4일 첫 방송해 28일 900회를 맞기까지 18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현존 최장수 개그프로그램이다. 숱한 스타와 유행어를 낳은 ‘개그콘서트’는 해당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이 ‘역사’의 산증인인 26명(공채 14~31기, 남22명·여4명)의 코미디언에게 설문을 진행했다. 이들은 18년간의 ‘개그콘서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또 머지않아 만날 1000회는 어떤 모습일까. 스포츠동아가 ‘개그콘서트’의 18년을 되돌아봤다. ■ 개콘인들이 꼽은 역대급 캐릭터 ‘안어벙’
“선수들이 날 선정? 어떤 상보다 기뻐 소재 고갈·심의 등 열악한 환경 불구 후배들의 재기발랄한 상상력 믿는다”
“자 그럼 한번 빠져 봅시다!”
개그맨 안상태(39)가 “13년 만에 외쳐본다”며 쑥스러워했다. 2004년 ‘깜빡홈쇼핑’ 코너의 ‘안어벙’으로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끌며 만들어냈던 유행어를 재연하며 뱉은 한마디다.
안상태는 본지가 ‘개그콘서트’(개콘) 900회를 기념해 진행한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캐릭터는?’ 설문에서 26명의 선후배 중 4명에게 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봉숭아학당’의 복학생 유세윤, ‘그까이꺼∼’란 유행어를 낳은 경비아저씨 장동민이 나란히 3표를 얻었다. 이밖에 ‘분장실의 강선생님’ 강선생님(강유미), ‘할매가 뿔났다’ 할매(장동민), 출산드라(김현숙), ‘대화가 필요해’ 동민 아빠(김대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금 ‘수상’ 소식을 듣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수’들이 저를 선정해줬다는 게 연말 시상식에서 상 받은 것보다 기쁘다. 네 분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트로피는 없나? 하하!”
안상태에게서 안어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캐릭터다. 2004년 공채 19기로 데뷔해 처음 선보인 코너 ‘깜빡홈쇼핑’으로 그해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과 최우수 코너상을 수상했다. ‘깜박홈쇼핑’은 TV홈쇼핑을 콘셉트로, 제품 판매자 안어벙이 호스트 김깜빡(김진철)의 질문에 어눌한 말투로 얼렁뚱땅 대답하는 모습이 큰 웃음을 줬다.
안상태는 “13년이란 세월이 참 까마득한 것 같다”며 시계를 2004년으로 돌렸다. 첫 녹화 때 휴대전화 브랜드가 노출돼 방송에서 ‘통편집’ 되는 등 ‘안어벙’으로 지내며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지만 최후에는 ‘인기’라는 선물을 안았다.
안상태는 현재 ‘개콘’에 출연하지 않고 있지만 900회 역사 중 일부에 자신이 속해있다는 데에 무한한 영광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자신을 잊지 않는 동료들이 있음에 감동했다. 그리고 ‘개콘’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선배들과 후배들의 힘”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13년 전보다 지금이 대중을 웃길 수 있는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900회 동안 해오지 않은 개그소재를 찾아야하고, 심의도 예전보다 엄격하다. SNS에는 각종 재미있는 영상들이 쏟아져 이들과도 대결해야 한다. 하지만 후배들의 재기 발랄한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도 ‘개그콘서트’를 잘 이끌어 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