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효(가운데)·조윤희(왼쪽) 부부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그 후’에서도 부부로 출연했다. 영화에 함께 출연한 김민희와 22일(한국시간) ‘그 후’ 공식 상영을 앞두고 열린 포토콜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옥빈 “첫 참석 동생 채서진, 새 다짐” 권해효, 함께 출연 아내 조윤희와 만끽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을 비추는 태양은 지중해의 너른 바다를 쪽빛으로 물들인다. 투명한 물결을 옆에 두고 내뻗은 크로와제 거리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컨벤션의 도시’로 불릴 만큼 연중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바로 이곳에서 매년 5월이면 열리는 축제. 올해로 70회째를 맞는 국제영화제는 그 한 해 중 가장 크고 또 가장 화려한 무대로 칸을 변모시킨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영화관계자와 취재진 그리고 많은 관객은 팔레 데 페스티벌을 거점 삼는다. 그리고 12일 동안 다양한 영화를 매개로 축제를 즐긴다. 한국의 배우와 감독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한국 영화관계자들도 제각각 방식으로 이 화려한 축제를 즐기고 있다.
● 형제의 이름으로
이번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받은 ‘악녀’의 주인공 김옥빈은 역시 연기자인 동생 채서진과 함께 칸을 찾았다. 채서진은 ‘두근두근 내 인생’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에 출연하며 언니의 뒤를 잇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은 연예계 우애 깊기로 소문난 일곱 살 터울의 자매다.
김옥빈은 채서진과 함께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악녀’의 공식 상영에 앞서 레드카펫에 서기도 했다. 또 칸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자매의 정을 쌓았다.
김옥빈은 23일 오전 한국 취재진을 만나 “동생이 칸을 경험하고 나서 새로운 다짐이 생긴 모양이다”고 말했다. 2009년 영화 ‘박쥐’가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면서 칸을 찾았던 김옥빈은 “당시 칸이 이렇게 크고 멋진 곳인지 모르고 시간을 흘려보냈다”면서 “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 동생과 함께 왔다”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귀국길에 오른 김옥빈은 동생이 “혼자 여행하겠다며 22일 오후 남부 프랑스로 떠났다”고 귀띔했다.
김옥빈과 함께 ‘악녀’에서 호흡을 맞춘 정병길 감독은 형 정병식 감독과 함께했다. 정병식 감독은 ‘가족사진’ 등을 그린 웹툰작가 출신으로 동생의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와 ‘내가 살인범이다’의 각본을 쓰거나 각색했다. 2013년 ‘몽키즈’를 연출하며 감독 데뷔해 ‘악녀’의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올렸다. 정병길 감독은 “‘악녀’의 시나리오를 2주 만에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형과 공동작업을 한 덕분이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 역시 초청작의 감독과 작가 그리고 제작자의 이름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악녀’로 칸을 김옥빈(왼쪽)과 응원차 동행한 채서진 자매. 사진출처|김옥빈 인스타그램
● 부부의 이름으로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후’의 주연 권해효는 배우이자 부인인 조윤희와 함께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장을 받았다. 실제 부인인 조윤희와 함께 극중에서도 부부로 출연한 두 사람은 불륜에 빠진 남편과 그 아내 역을 맡아 ‘찌질한’ 남자와 세 여자의 엇갈리는 시선을 그리는 이야기를 이끈다.
부부는 22일 밤 ‘그 후’의 레드카펫을 밟은 뒤 공식 상영이 끝난 직후 관객의 기립박수에 함께 화답했다. 권해효는 자칫 흘러내릴까 눈물이 고인 눈으로 감격의 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조윤희가 지켜보는 가운데 권해효는 “아내와 함께 살아서 나이가 들어가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박찬욱 감독도 부인과 함께 칸 나들이에 나섰다. 박 감독은 23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가 칸에서 주최한 ‘한국영화의 밤’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 동료의 이름으로
앞서 박찬욱 감독은 22일 오전 ‘악녀’가 공식 상영된 팔레 데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대극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악녀’의 주연배우 김옥빈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두 사람은 이렇게 8년 만에 칸에서 재회했다. 두 사람은 2009년 영화 ‘박쥐’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박쥐’가 62회 칸 경쟁부문에 초청받았고 두 사람은 송강호, 신하균, 김해숙 등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 같은 인연으로 박찬욱 감독은 ‘악녀’ 상영 직후 관객 사이에서 김옥빈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극장을 빠져나가면서 두 사람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도 눈길을 모았다.
김옥빈은 “박찬욱 감독님이 ‘너무 멋지다. 정말 멋지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예전엔 그냥 감독으로만 보였지만 이번에 (절)응원하시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시집보내는 딸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한국영화의 밤’에서 김옥빈을 다시 만난 박찬욱 감독은 “잘 키운 딸 같다”며 화답했다.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에 출연해 이번 영화제 특별상영 부문에서 관객을 만난 정진영도 동료애를 발휘했다. 정진영은 22일 오전 ‘클레어의 카메라’ 상영 등 공식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홍상수 감독의 ‘그 후’ 레드카펫과 경쟁부문 공식 상영에도 턱시도 차림으로 참석해 우정을 나눴다. 정진영은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그 후’의 김민희, 권해효·조윤희 부부, 김새벽 등과 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