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밟는 첫 레드카펫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객석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 어느새 눈시울은 촉촉이 젖어들었다.
25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간)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주연작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의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는 순간, 설경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의 박수와 환호에 화답했다. 그의 눈가는 아직 흐르지 않은 물기로 붉어졌다.
설경구에게 이번 칸 국제영화제는 그렇게 각별한 의미를 주는 무대이다. 200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이자 충무로에서 우뚝 그 위상을 갖게 한 ‘박하사탕’이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 받은 뒤 무려 17년 만에 다시 칸을 찾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날 화려한 조명 아래 길게 내려 깔린 레드카펫 위를 ‘불한당’에서 함께 호흡한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과 함께 밟으며 그는 다양한 포즈로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설경구의 이 같은 자신감은 금세 입증됐다. 교도소에서 만난 두 남자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벌이는 과정에서 의리와 배신으로 엮이는 이야기를 그린 ‘불한당’에서 설경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연기로 관객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상영에서도 7분 동안 이어진 기립박수는 그 또 다른 증거였다.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관객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너무나 성공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다”는 언급, “최고의 한국 범죄영화”(일본 배급사 트윈의 케이조 카바타) 등 호평은 그 또 다른 표현이었다.
2013년 ‘소원’ 이후 ‘나의 독재자’ ‘서부전선’ ‘루시드 드림’ 등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한 이후 새롭게 거둔 성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최근 ‘불한당’ 연출자 변성현 감독의 SNS 저질 발언으로 인해 영화까지 격한 논란에 휩쓸리면서 설경구마저 그 피해를 입는 듯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설경구는 의연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 묵묵함과 당당함이 결국 영화 외적인 논란을 딛고 칸의 영광을 누리게 했다. ‘불한당’ 공식 상영 직후 뜨겁게 붉어진 눈시울은 바로 그런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다.